- 분리, 배제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장애 아동 부모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장애인들이 사회활동에 참여하며 함께 살아가는 사회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 부양이 가족들만의 책임이 아닌 사회가 다 함께 부양하는 분위기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백 대표는 "장애인이라면 특수학교를 나와 평생 시설에서 생활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라며 "하지만 장애인의 사회적 부양을 위해서는 장애인들이 더 많이 사회에 진출해 비장애인도 이들과 어울리는 것이 친숙하도록 인식을 변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장애인들의 사회 진출을 지지해 줄 것을 당부했다.
Q) 안녕하세요? 저는 투데이 피플 인터넷신문기자 오선민입니다.
A) 안녕하세요? 강원도 장애인 부모연대 원주시 지부 대표 백주현입니다.
Q) 장애인 부모회가 있고 장애인 부모연대가 있는데 다른 점은 무엇인가요?
A) 장애인 부모회는 특수학교 출신 부모님들의 모임이고요, 장애인 부모연대는 부모회에 계신 분들 중에 아이들이 발달장애가 있고 자폐아 같은 경우에 있는 부모들이 시설에 갈 수 있는 경우가 확실하지 않고, 또 시설에 아이를 보내는 것도 싫은 분들이 만든 것이 부모 연대입니다.
Q) 그럼 모든 부모님들의 운동은 부모 연대에서 하시겠네요? 회원은 몇 명인가요?
A) 현재 회원은 120명 정도 있습니다. 그런데 20% 정도만 활동을 하고 있어요. 일은 많고 돈은 없고. 그래서 맞벌이 가정이 많아서 활동하기가 쉽지 않아요. 거의 부모연대에서 활동하고 있고 부모회에서는 활동이 저조하다고 보면 됩니다.
Q) 원주시 부모연대에서는 주로 어떤 활동을 하고 계시는지요?
A) 저희는 탈 시설을 원하고 있습니다. 몇 년 전에 강원도에 있는 시설 백여 군데를 전수 조사를 했어요. 그 많은 시설에 가서 장애인들과 상담을 하면 시설에 살고 싶다고 하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집에서 가족들과 살고 싶어 하지 시설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했어요. 사실은 시설에 있으면 돈도 더 많이 들어요. 나라에서 시설에 지원해 주는 돈이 한 달에 사백만 원이 넘는데 그걸 가정에 지원해 주면 장애아나 부모들이 편하게 시설에 있는 것보다 더 잘 지낼 텐데 현재 그렇지 못하니까.......
Q) 만약에 지원금을 장애 아동에게 지급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요?
A) 지원금으로 아동의 활동 보조사를 둔다든지 재활 프로그램에 등록해서 아이를 치료한다든지 그렇게 쓰인다고 봅니다. 굳이 시설에 돈을 주고 장애아를 꼭 거기에서만 돌본다는 것은 좀 이해가 안 됩니다. 시설에 있기 싫다고 하는데 굳이 거기에다 맡겨야 한다는 것도 그렇고요.
Q) 왜 나라에서는 시설에다 지원금을 지급하고 각 가정에는 안 주는 거예요?
A) 아무래도 행정적으로 편하니까 그런 것 아니겠어요? 장애아들이 많은데 일일이 개인적으로 관리하는 것보다 시설을 한 군데 관리하면 편하니까요. 장애아를 평생 끼고 살 수 없으니 자립을 시켜야 하는데 그러려면 연습이 필요하죠. 시설에서는 평생 있을 수 없어요. 그러니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어디에 맡길 수 없고, 돌보는데 들어가는 돈도 만만치 않으니 걱정인 거죠. 사실 장애아를 둔 부모님들은 거의 둘이 맞벌이하고 있어요. 경제적으로 많이 어려우니까요.
Q) 장애아들의 자립을 위한 것은 무엇이 있을까요?
A) 장애아들이 독립을 하면 수급자가 돼요. 그럼 나라에서 집을 싸게 분양해서 줄 수 있고, 반나절이라도 일을 하고 돈을 받을 수 있게 해 주고, 주간 활동 서비스를 받고, 또 활동보조 서비스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하면 좋죠. 장애인마다 활동보조를 받을 수 있는 형태가 다르니까 각각 처지에 맞는 보조를 받을 수 있어요. 어쨌든 아이들을 자립시키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Q) 장애아들이 학교를 졸업하면 어떻게 되나요? 학교나 시설에서 대체하는 방법이 있나요?
A) 시설은 보통 죽을 때까지 있고요, 시설은 한 번 들어가면 안 나오니까 자리가 안 나요. 그래서 장애인들이 집에 있는 경우가 성인의 90%예요. 할 일 없이 집에 있는 거죠.
Q) 그럼 지원은 학교 다닐 때만 해 주는 건가요?
A) 그렇죠. 모든 지원은 학교 다닐 때만 이뤄지고 일단 학교를 졸업하면 모든 지원이 딱 끊겨요. 아무것도 없어요. 학교 다닐 때는 지원이 넘쳐나서 다 못 받아요. 그런데 졸업만 하면 다 끝나는 거죠. 심지어는 재활치료니 장애에 관련된 치료조차도 못 받게 돼요. 그래서 부모님들이 돈이 없으면 퇴행되는 거죠. 없었던 정신적인 문제도 생겨요. 부모님들은 우울증에 걸리고요.
그래서 저희들이 4년 전에 전국에서 백여 명이 넘게 모여 청와대 앞에서 한꺼번에 머리를 삭발하고 ‘주간 활동 서비스센터’를 만들게 되었어요.
556명이 모여서 ‘24시간 지원체계’를 마련해 달라고 목소리를 냈죠.
사진제공 : 백주현 ▲ 발달장애인 24시간 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집단 삭발 시위
Q) 24시간 지원체계란 무엇인가요?
A) 발달장애인 특성상 24시간 누군가의 보호가 필요하죠. 장애인마다 다 다르니까 체계적으로 아이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죠. 1:1 돌봄이 필요한 장애인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장애인도 있으니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Q) 그렇다면 혹시 다른 나라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나요?
A) 그래서 몇 년 전에 스웨덴에 다녀왔어요. 스웨덴에서는 예를 들어 손가락만 움직일 수 있다면 하루에 십분, 오분이라도 손가락을 움직여 무엇인가 일을 하면 거기에 맡는 월급을 주는 거예요. 그러면 그 돈으로 나에게 필요한 사람을 고용해서 쓰는 거죠. 예전에는 돌봄이 주였다면 지금은 장애인들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 권리를 중요시 하는 거죠. 물론 스웨덴이나 미국처럼 우리나라에서는 그렇게 할 수는 없어요. 하지만 인권을 존중해 주고 함께 인간으로 대접받으며 살고 싶다는 거죠.
Q) 우리나라에서는 그런 프로그램이 없는 건가요?
A) 아니요. 요즘에는 그런 제도가 많이 생겼어요. 하루에 세 시간 정도 출근해서 일하면 75만 원 월급이 나와요. 중증 장애인 일자리 사업이라고 해서 운영되고 있는 곳도 있어요. 양평에 그림 그리는 은혜 씨가 있는데 은혜 씨도 그런 일자리 사업을 통해 그림도 그리고 팔기도 하고 해서 스스로 돈을 벌죠. 원주도 올해 처음으로 원주 자립생활센터가 생겨서 중증 장애인 일자리 사업을 하고 있어요. 약 20명 정도 출근을 해서 세 시간 정도 일을 해요. 자립센터에서 세 시간 일을 하면 월급을 주는 거죠.
Q) 아드님이 계시다고 하셨는데 아드님은 어떤 장애를 갖고 있나요?
A) 우리 아들은 태어날 때 뇌 병변, 뇌성마비인데 폭이 굉장히 넓어요. 뇌 병변이 뇌의 어느 부위를 다쳐서 생기는 건데 어느 부위를 다쳤느냐에 따라 달라요. 어떤 분은 머리는 멀쩡한데 몸을 움직일 수 없어서 휠체어를 타시는 분도 계시고, 하반신만 못 움직여서 목발을 짚는다던가 하는데 우리 아들은 전체적으로 살짝씩 다 걸쳐있어서 지적장애, 운동신경 저하, 자폐증도 살짝 있고 경계선에서 머물러있어요. 한 쪽 뇌에만 이상이 있어서 숫자 계산은 못 하는데 말은 잘해요.
Q) 키우시면서 많이 속상하시기도 하고 많이 우셨겠네요. 가장 어려웠던 점이 있다면요?
A) 가장 큰 문제점은 어디에다 물어볼 곳이 없다는 것이었어요. 겨우 엄마들끼리 병원에서 만나서 알음알음 알아가는 거 그게 다였어요. 동사무소에서도 모르고 병원에 가서 물어봐도 모르고.... 예전에는 아이가 장애가 있으면 그걸 밝히기를 꺼려 했잖아요. 그래서 더욱 정보를 알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장애인들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만 표현이 서툴고 잘 못해서 그렇지.
지난 6월 11일 삼육중학교 청소년 사회 참여 봉사동아리에서 장애인 가족 체육 한마당을 열어 줬어요.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요. 이렇게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운동회를 할 수 있어서 행복했습니다.
Q) 원주에 특수학교 분원이 생긴다고 했는데 장애인 부모연대와는 상관이 없는 건가요?
A) 연관이 있다기보다는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기겠지요? 원주시에서 시장의 역량으로 지원을 해 준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장애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게 한다든지. 원주 시장님의 관심분야라고 생각해요.
Q) 강원특별 자치도로 바뀌었잖아요. 그럼 도지사의 역량이 커진 건데 원주 시장님께 건의해서 더 많은 지원을 해 달라고 하면 안될까요?
A) 현 시장님이 이런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는 것에 관심을 얼마만큼 가지고 계시냐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현재는 예산이 깎이고 있어서 안타까워요.
Q) 그렇군요. 안타깝네요. 마지막으로 시장님께나 시민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면 해 주세요.
A) 피플퍼스트라는 단체가 있어요. 전국 도마다 있는데 강원도만 없어요.
한국 피플퍼스트란?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요구 운동을 하는 곳이죠.
발달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에 우리는 서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고 한다. 또한 사회가 아주 냉정해져 가거나 가난한 마음이 되더라도 서로 도와주는 사회를 만들어 달라. 장애인 차별을 비롯한 괴롭힘당하는 사람, 집단 따돌림과 왕따나 상처를,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 발달장애인이든 비장애인이든 서로 가족으로 대해 달라. 우리는 발달장애인이 차별받지 않게,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발달장애인 권리를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발달장애인 권리 보장 요구안>
1. 더 이상 감옥 같은 생활시설에 발달장애인을 가두지 마라!
2. 발달장애인에게 오래 할 수 있는 일자리를 달라!
3. 발달장애인에게 활동 보조시간을 필요한 만큼 늘려 달라!
4. 대한민국은 발달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똑같이 여가활동을 할 수 있게 해 달라!
5. 발달장애인도 길을 잘 찾을 수 있게 알기 쉬운 안내 표지판을 만들어 달라!
6. 대한민국은 장애인연금을 올려 달라! 많이! 엄청 많이!
7. 발달장애인을 구타하거나 두들겨 패지 말아라!
8. 우리들이 노력하고 일한 만큼 월급을 달라!
9. 대통령은 발달장애인과 자주 만나서 대화하라!
10. 발달장애인도 스스로 자립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 달라!
11. 발달장애인에게 이해하기 쉬운 공보물과 그림 투표용지를 제작해달라!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학교나 사회에서 장애인들을 분리, 배제하지 말고 함께 살아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예산을 준다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2023년 6월 14일 수요일 용산역에서 삼각지 역까지 전국 장애인 부모 연대에서 오체투지 행진을 합니다. 시민들의 많은 관심과 격려,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Q) 긴 시간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편견이 없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좋은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백주현 대표님은 오늘도 장애인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면서 활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27년간 장애 아들을 키우며 절실히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에 다른 장애 부모님들과 함께 자녀의 미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고 계셨다. 성인 장애인들의 일자리는 늘리고, 정규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분리, 배제가 없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말씀 하셨다. 앞으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인간의 평등과 권리를 누리며 행복하게 잘 사는 사회가 되기를 기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