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니스트 이주호 (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감사의 계절이다. 국정감사는 막을 내렸고,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사무감사는 한창이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기관 내부에는 익숙한 긴장감이 흐른다.

 

감사는 본래 행정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게 작동했는지를 국민의 대표 기관이 확인하는 제도다. 그러나 실제의 긴장감은 투명성에 대한 책임보다는 지적을 피하려는 두려움에서 비롯된다.

 

보고서는 산처럼 쌓이지만 제도는 바뀌지 않고, 감사 지적이 나와도 다음 해에 똑같은 문제가 되풀이된다. 결국 청렴이 제도의 형식으로만 존재하는 착시가 생긴다.

 

청렴의 역설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청렴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상징적 장면이 있었다. 반부패·청렴 업무를 총괄하는 국민권익위원회가 자체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외부 청렴체감도가 모두 크게 하락한 것이다.

 

자료에 따르면 권익위의 내부 청렴체감도는 202380.3점에서 202469.6점으로 10점 이상 떨어졌다. 여기에 위원장 및 일부 고위직 관련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청렴의 주체가 스스로 감사의 대상이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졌다.

 

권익위는 매년 약 718여 개 기관을 대상으로 청렴도를 평가하는 주체다. 그런 기관이 신뢰 위기를 겪는다는 것은 단순한 점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 모순을 드러낸다.

 

청렴을 외치면서도 내부는 달라지지 않았다면, 그 제도는 이미 설득력을 잃었다.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충북도의회가 도교육청의 종합청렴도 ‘4등급하락을 지적한 것처럼, 다른 지자체들 역시 보조금 부적정 집행, 수의계약 편의, 인사 불투명성 등의 문제를 매년 지적받는다.

 

감사보고서에는 늘 개선 요구가 담기지만, 다음 해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된다.

감사 지적 개선 요구 재발의 악순환 속에서 감사권은 존재하지만 변화는 없다. 시민 참여나 외부 검증이 빠진 감사는 절차상 문제 없음이라는 면피성 결론만 낳고, 신뢰 없는 보고서만 남는다.

 

청렴의 본질은 행정의 태도다

 

청렴을 말할 때 사람들은 흔히 법령과 제도를 떠올리지만, 본질은 행정의 태도에 있다.

한 푼의 예산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예외가 누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졌는지를 묻지 않는다면 그 행정은 청렴하지 않다.

감사철의 긴장감이 지적을 피하기 위한 전략으로 전락하는 순간, 제도는 작동하지만 청렴의 정신은 멈춘 것이다.

 

최근 반복되는 공공재정 부정청구, 계약의 불투명성, 미이행 지적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라, 청렴을 관리의 영역으로만 취급해 온 결과다.

 

정부는 매년 반부패·청렴정책을 발표하며 청렴 강화를 강조하지만, 국감과 행감의 결과는 늘 비슷하다. 정책은 많지만 실행은 부족하다.

 

청렴이 정치의 수사에 머물면 그 단어는 신뢰를 잃는다.

채용·인사·예산 집행 등 반복되는 부패 유형은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다. 근본적인 절차와 계약 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현장의 불신은 해소되지 않는다.

 

오늘의 청년들은 묻는다.

내가 노력해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는 존재하는가?”

기회는 실제로 공정하게 열려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청렴 정책은 결국 보고서만 남은 청렴일 것이다.

 

청년 참여형·순환형 청렴시스템

 

청렴을 신뢰로 연결하려면 감시와 참여가 순환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청년 참여형·순환형 청렴시스템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청년 참여 기반 감사 및 모니터링 강화

청년을 시민감사관, 예산감시단, 내부감사위원 등으로 포함시켜 단순 감시자가 아닌 제도 설계자이자 점검자로 세워야 한다.

보고서 제출에서 이행 검증으로 전환

감사결과 개선계획 이행점검 재감사의 순환형 구조를 법제화해야 한다. 반복되는 미이행 지적을 끊을 핵심 과제다.

절차적 투명성과 이해충돌 방지 강화

채용, 예산, 용역계약 등 핵심 영역은 사전 공개·평가위원 명단 공개·의사결정 과정 공개를 통해 누가 왜 그 결정을 내렸는가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

문화적 전환

무사히 넘어가자는 관행을 버리고, 내부고발자 보호와 익명 제보 활성화로 조직 내 작은 특혜를 경계해야 한다.

청년 주도 청렴 플랫폼 구축

청년이 직접 예산감시, 청렴 우수사례 공모전, 캠페인을 주도하도록 구조화해 감시받는 청렴에서 참여하는 청렴으로 나아가야 한다.

 

국민 참여형 정책과 외부 시민 사회운동은 분명히 다르다. 참여 활동이 정치적 목적에 머물러서도 안 되며, 청렴 분야에서의 참여 정책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는 건강한 참여 운동이 필요하다. 보안과 제3자 보호라는 문제가 있지만 별론으로 하고 다른 분야보다 특히 청렴은 시민 참여가 활성화될 때 신뢰 체계로 정착될 수 있다.

 

청렴의 대상과 신뢰 체계 복원

 

감사는 끝이 아니라 행정 신뢰를 복원하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보고서보다 중요한 것은 그 보고서가 바꿔낸 행정의 태도다.

어디까지가 청렴의 대상인가?’라는 질문의 답은 명확하다.

청렴의 대상은 권력자만이 아니라 모든 행정 과정 전체이며, 보고서의 양만큼 국민의 신뢰로 함께 평가받아야 한다.

 

지금의 청년이 묻는 이 사회는 신뢰할 만한가?”라는 질문에 제대로 답할 때, 청렴 정책은 제도를 넘어 신뢰의 체계가 된다.

그리고 그 체계를 다시 세울 주체는 바로 지금의 청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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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칼럼니스트(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이주호 칼럼니스트(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

 

칼럼니스트 이주호는 사단법인 청렴코리아 청년본부장으로서 청년 세대의 눈높이에서 공공기관의 투명성과 청렴 문화 정착을 위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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