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3년, 줄어들지 않는 스쿨존사고
15년 교통봉사활동 이어져
내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생각으로 봉사

학교 앞 스쿨존 사고가 빈번하다. 2020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보호구역의 교통사고 예방을 위한 관련법률 일명 민식이 법이 무색할 정도다.

민식이 법은 2019년 충남 아산의 어린이 보호구역 건널목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 어린이의 이름을 따서 붙인 법률안으로 어린이 보호구역 내 신호등과 과속단속 카메라 설치의무화 및 구역 내 교통사고 발생 시에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부는 민식이법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로 어린이보호구역의 모든 차도에 대해 시속 30Km이하로 낮추고,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를 지나는 차량은 반드시 일시정지를 해야 한다. 이런 강력한 조치에도 해마다 반복되는 스쿨존 사고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오늘은 스쿨존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매일 아침 등교지도를 하고 있는 원주시 모범운전자회 이 현 기사님을 만나 봉사활동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범택시 이 현 기사님 (사진=김응섭 기자)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범택시 이 현 기사님 (사진=김응섭 기자)

 

교통봉사는 언제부터 하시게 되었나요?

개인택시를 운전하면서 시작했는데 15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교통봉사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특별한 동기보다 개인택시를 운전하다 보니 주변의 기사님들이 교통봉사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많아서 동참하게 된 것 같습니다. 당시 택시운행이 3부제였기 때문에 3일 중 2일은 근무하고 휴무일은 교통봉사를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이어진 것 같아요.

 

교통봉사활동을 시작할 때 마음가짐이나 느낌을 말씀해 주세요.

저는 늘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합니다. 나로 인해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힘들 줄 모릅니다. 가끔 수신호를 따라주지 않는 운전자들이 있어 화가 나기도 하지만 반갑게 인사하는 아이들을 보면 다시 마음이 밝아집니다. 그래서 언제나 교통봉사활동을 마치고 사무실이나 집으로 복귀할 때의 마음은 즐겁고 기쁩니다.

모범운전자회 교통봉사 대원들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등교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현 제공)
모범운전자회 교통봉사 대원들이 학교 앞 횡단보도에서 등교지도를 하고 있다. (사진 = 이 현 제공)

 

지금 하고 계신 교통봉사활동을 소개해 주세요.

제가 교통봉사활동 2조의 부회장 직을 맡고 있어서 직접 등교지도는 하지 않고 아침에 계도차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학교를 순찰하면서 업무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통봉사 요청이 들어오면 간부 회의에서 지원이 필요한 학교를 선정하고 근무자를 배치하고 순찰을 통해 근무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교통봉사 이외에 운전하면서 많은 제보를 하고 계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운전을 하면서 수시로 도로상황을 점검하고 사고현장을 목격하게 되면 교통 혼잡정도를 알려주는 교통방송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원주시의 안전보안관과 전국에서 300명을 선발하여 운영하고 있는 국민참여단 활동도 하고 있습니다.

운전을 하다보면 도로에 포트홀이 만들어진 경우를 많이 목격하게 되는데 방치하게 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요즘은 전동 킥보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위험할 수 있습니다. 이런 도로상황의 문제들을 사진을 찍어서 제보하는 활동을 하면서 저의 작은 관심으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신호등이 작동하지 않을 때 교통경찰이 배치되기 전까지 저의 호루라기 하나로 교통 흐름을 원활하게 하는 경우 기분이 가장 좋고 뿌듯하기도 합니다.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 발견시 개선을 위한 제보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사진= 이 현 제공)
 교통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로상황을 점검하고 문제점 발견시 개선을 위한 제보활동도 활발하게 하고 있다. (사진= 이 현 제공)

 

교통봉사활동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있다면?

대부분 운전자들이 수신호를 잘 따라주지만 개중에는 수신호를 못보고 지나치려는 운전자를 만나거나 핸드폰을 보면서 운전하는 경우 깜짝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학교 앞 정차구간에 차를 세우고 아이들을 정문까지 데려다 주는 학부모님 때문에 뒤의 차량이 밀려 혼잡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막무가내인 학부모님도 교통지도를 하는데 어려움을 주기도 합니다.

가장 큰 어려움은 추운 겨울이나 비가 오는 날이 가장 어렵습니다. 특히 고령의 기사분들이 추운 겨울날 교통봉사활동을 하시는 모습으로 보면 개인의 안전이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드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택시 부제가 바뀌면서 봉사활동에도 변화가 생겼다고 들었는데?

전에는 3부제라 2일 근무하고 하루는 쉬었죠. 쉬는 날 교통봉사활동을 하는 기사분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부제가 풀렸어요. 쉬는 날이 없다보니 자연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는 기사님들이 줄어들게 되었죠. 아침 교통봉사활동 하는 시간이 출근시간이라 택시 이용 승객이 많을 때거든요. 지자체 행사는 대부분 퇴근시간대에 행사가 시작되어 생계를 책임져야하는 기사분들의 참여가 줄어든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또 기사분들의 연령이 고령화되면서 개인 건강과 관련해서 봉사 인원이 줄어들기도 했습니다.

 

지자체나 관계 기관에 하시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내 아이가 소중하면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지면 스쿨존에서의 사고도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이 밝게 웃으며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지자체나 관계기관에서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요즘 겨울방학 시작이 1월 초순으로 알고 있습니다. 고령의 기사분들이 아침 교통지도를 하다보면 추위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은데 방한용품 등의 지원도 필요합니다.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지만 학교 앞 정차구간을 만들어 안전하게 차량을 이용할 수 있게 해달라는 부탁도 드리고 싶습니다.

이 현기사님은 시간 날 때마다 전국모범운전자회 심상하 원주시지회장과 교통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김응섭 기자)
이 현기사님은 시간 날 때마다 전국모범운전자회 심상하 원주시지회장과 교통관련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고 한다. (사진 =김응섭 기자)

 

다른 교통봉사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봉사는 돈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몸과 마음으로 하는 것입니다. 시간이 남아서 하는 봉사가 아닌 바쁜 시간을 쪼개어 하는 봉사활동이 더욱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내 아이가 아닌 우리 모두의 아이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교통봉사활동이 나의 긍지와 자심감을 채워주는 활동이라 생각하며 많은 분들이 봉사활동에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권장해 드리고 싶습니다.

 

향후 봉사활동 계획을 묻는 기자에게 당연한 것 아니냐며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즐거운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이어가겠다는 그의 말에 힘이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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