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림을 살리고 가꾸는 방법을 무료 강의하는 숨은 봉사자
야생화는 화분에서는 살지 못하니 캐지 말고 바라만 보기

  생활 전부가 봉사뿐이라는 분이 계시다 하여 찾아간 곳은 소초면 주민자치원회 사무실. 환한 미소와 눈빛이 고운 산림기능사협회 최종근 회장님을 만났다. 해가 뉘엿뉘엿 기우는 오후 7시가 되자 30여 명의 수강생들이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넓은 사무실을 가득 채웠다.

전국에서 모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인 최종근 회장님            (사진: 김영희 촬영)
전국에서 모인 수강생을 대상으로 강의 중인 최종근 회장님            (사진: 김영희 촬영)

Q : 이곳에서 산림기능사 자격증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강의를 하신다 하여 뵙고 싶었습니다. 산림기능사 자격증은 어떤 자격증인가요?

A : 오늘 강의는 국가공인 산림기능사 자격증 시험 대비 1차 시험인 이론수업입니다. 산림기능사는 산림 육성, 임업 기계사용, 목재수확, 산림생산과 보전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직업입니다, 산을 사용하는 방법을 배우는 공부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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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평창에서 농사일도 하신다고 들었는데 전국에 계신 분들을 대상으로 이렇게 평창이 아닌 원주에서 강의를 하시는 이유라도 있으신지요?

A : 전국에서 강의를 들으러 오시니까 교통이 편리한 원주가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아내가 일하는 곳이 원주니까 원주가 집입니다. 평창은 제 고향이기도 하고 현재 평창에서 농사도 짓고, 멸종 위기 식물도 돌보고, 야생화도 가꾸면서 산림 관련 일은 무엇이든지 하면서 살고 있습니다.

 

Q : 평창에서 여기까지 먼 길을 달려오셔서 몇 년간 강의를 하셨는지요?

그리고 이 사무실은 어떻게 사용하시게 되셨을까요?

A : 원주시에서 34년간 공무원으로 근무하다 퇴직하고, 강의를 시작한 지는 올해로 4년 차인데, 시험 준비로 한 기수 당 2주간 강의를 하는데 현재 15기까지 배출했습니다.

이곳저곳 강의실을 떠돌면서 3년간 강의를 했는데, 지난해부터 소초면 주민자치위원회 윤금순 위원장님의 배려로 이곳 사무실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 구석구석엔 고마운 분들과 감사한 일들이 참 많지요.

 

Q : 우리의 산림을 잘 가꿔 보전하는 일에 관하여 애정이 크시다고 들었는데 같은 일을 하게 되실 분들을 위해 무료 강의를 하시는 일에는 보람도 크시겠습니다.

A : 저는 사실 대학에서 전자 통신을 전공했는데 원주시에서 근무할 때 농업 관련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산림이나 농업, 종자, 조경 등 15개 분야의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제가 지니고 있는 작은 재능을 필요로 하는 분들과 나누고 싶어서 시작했는데, 보람도 느끼고 제 자신에게 뿌듯함도 느낍니다.

 

Q : 이렇게 1차 시험공부를 2주간 하고 시험에 합격하면 2차 시험공부는 어떻게, 어디에서 하시나요?

A : 2주간 이곳에서 공부하고 1차 이론시험에 합격하면 2차는 실기입니다. 실습을 위해 넓은 밖으로 나가서 하는데 그동안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요즘은 호저면에 있는 닥터헬기 비행장에서 하고 있습니다나무도 잘라보고, 나무도 심어보고, 기계 다루는 과정도 공부합니다.

2차 시험 대비 실습 장면        (사진 : 최종근 제공)
2차 시험 대비 실습 장면        (사진 : 최종근 제공)

Q : 뜻을 함께하는 강사들이 계신가요?

A : 각종 자격증을 따신 분들 17명이 자원하여 실습 교육을 돕고 있습니다.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해 주시는데 교통비도 못 드리니 그저 감사할 뿐이지요.

 2차 시험 대비 실습 장면         (사진 : 최종근 제공)
2차 시험 대비 실습 장면         (사진 : 최종근 제공)

Q : 자격증을 보유한 산림기능사 협회 회원은 전국에 몇 분이나 계신가요?

A : 전국 각지에 계신 회원들이 현재 173명입니다.

 

Q : 일반적으로 아내들은 가정 경제에 보탬이 안 되는 남편을 좋아하지 않을 텐데 괜찮으세요?

A : 제 아내는 든든한 내조자입니다. 제가 행복한 마음으로 하는 일이라 이해하고 지지해 줍니다.

대학에서 강의 제안이 몇 번 있었는데 제가 고사했지만 아내는 그것 또한 불평 없이 제 뜻과 함께 했습니다.

 

Q :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환상의 배우자입니다.

1년에 세 번 실시하는 시험 대비해서 한 기수 당 2주간 씩 지도를 해 주시는데 나머지 시간엔 어떤 일을 하세요?

A : 강의가 없는 날엔 평창에서 농사도 짓고,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는 일 등 산림에 관련한 일을 하고 자격시험이 있는 기간에는 원주에 있습니다.

농사일도, 자격증 시험도 끝나는 겨울이 되면 서귀포시 표선면에서 제주특별자치도민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합니다. 물론 무료이고, 저는 캠핑카에서 생활하다가 봄이 돌아오면 저도 이곳으로 다시 돌아옵니다.

6월 24 ~25일에 있을 자격증 대비 보충 강의를 하는 최종근 회장님             (촬영 김영희기자)
6월 24 ~25일에 있을 자격증 대비 보충 강의를 하는 최종근 회장님             (촬영 김영희기자)

Q : 오늘 수업 내용을 함께 들어보니 아주 재미있게 수업을 진행하시지만 어려운 용어들도 많네요. 수업 준비는 어떻게 하시는지요?

A : 오늘은 이번 주말에 있을 1차 이론시험 핵심 정리하는 날입니다. 그동안 주말 제외하고 2주간 수업이 있었지요.

수업을 진행하려면 저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데 밤에는 독서를 합니다. 관련 서적도 살펴보고, 인문학 서적을 읽으면서 수업을 재미도 있고 부드럽게 진행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Q : 혹 시집도 읽으시나요? 제가 시를 좀 쓰다 보니 궁금해지는데요?

A : 시를 매일 읽습니다. 산과 들에는 실시간 자연이 들려주는 시가 있어요. 시어들이 사계절 내내 새롭게 돋아나니까요. 그리고 종이로 만든 시집도 읽습니다.

 

Q : 여기 참석 못 하는 분들은 어떻게 자격증 대비 공부를 하면 될까요?
A :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산림기능사 실기>를 검색하시면 누구나 영상으로 공부할 수도 있습니다.

 

Q : , 대단한 열정이신데 정말 멋지십니다.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일을 하시네요.

A : 퇴직 후나 그 이전이라도 자기 자신에 대한 발전의 한 방향으로 공부하셔도 좋고, 새로운 일자리 취업 준비로도 좋은 자격증이니까요, 그리고 귀농 귀촌 하시는 분들에게는 꼭 필요한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크게 보면 이 교육을 통해 자연, 환경에 대한 인식 전환을 모두가 했으면 좋겠습니다.

 

Q : 산행하시는 분들이 많은 계절입니다. 나무나 자연을 가꾸고 보전을 위해 앞장 서시는 입장에서 산행하시는 분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A : 울울창창한 숲에 들 때나, 특이하고 예쁜 식물을 만나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순간입니다. 그 귀한 식물을 굳이 캐오고 싶으면 딱 한 뿌리만 캐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산야초는 화분에 심으면 못 살아요. 한 뿌리가 죽어도 멸종 위기 식물들에게는 큰 타격인데 보는 족족 다 캐 가면 그 식물은 우리 산야에서 멸종되고 맙니다. 이후 그 자리를 외래 교란 종들이 자리를 차지하게 되지요. 황폐해진 자연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면 안 되잖아요.

소초면 주민자치위원회 윤금순 위원장님께서 슬쩍 알려주신 비밀,

최 회장님의 아내는 원주시립 미리내도서관 관장님이시란다.

봉사를 일상으로 생각하는 회장님도 대단하신 분이지만 아내 분 또한 멋진 분이다. 황금만능주의가 팽배한 세상에서 내 가족이 아무 소득 없는 봉사활동에만 시간을 할애한다면 과연 환영할 분이 몇 분이나 될까? 하물며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도 모두 이웃에게 나누는 기쁨에 농사일을 하신다니......

취재를 마치고 늦은 저녁에 돌아오는 길이 따뜻하고 흐뭇하다뉴스에서 어두운 구석들이 많이 보도되기도 하는데 아직 우리 사회는 함께 살아가기 참 좋은 곳이란 생각이 든다.

최종근 회장님과 아내분의 하루하루가 더 소중한 의미로 익어가기를 바라는 마음 가득하다. 세상은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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