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살리는 노래 ‘섬집아기’
요즘 방송가는 트로트가 대세이다. 트로트 중심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활성화되면서 기존의 트로트 가수의 재등장과 장르를 달리했던 가수들의 트로트 영입 및 신인 가수의 탄생으로 방송가는 트로트 가수 일색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외부행사가 취소되면서 TV 매체를 통해 출연이 잦아지고, 이렇게 노출 빈도가 늘면서 트로트 가수들이 시청률 보증수표로 자리 잡게 되면서 관련 프로그램의 편성도 대폭 늘어났다. 그로인해 전통 가요의 부흥이라는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일반 가수들의 설 자리가 없어졌다는 부정적인 면도 발생된 듯하다.
트로트는 한때 ‘가요’나 ‘유행가’라는 이름으로 불리어지다가 슬그머니 한 장르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 트로트의 역사나 그 시작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트로트의 한 구절을 읊조리면서 일상을 지내게 되는 나를 느끼는 때가 종종 있어 이게 뭔가 하고 의아한 때가 많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서가 담긴 노랫말이나 흥겨운 가락에 이끌려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게 되는 노래의 힘을 무의식중에도 느끼고 있다는 증거일 게다.
나는 노래를 좋아한다. 잘 부른다기보다 즐겨 듣는다는 표현이 올바를 것이다. 장르를 구별하지도 않는다. 발라드면 발라드 나름의 감성으로 R&B나 록은 그 나름의 느낌으로 즐긴다. 가끔은 따라 부르지도 못하는 헤비메탈[heavy metal]을 읊조리기도 한다. 비오는 날에는 비와 관련된 가사의 노래를 찾기도 하고 해질 무렵의 평온한 분위기에는 분위기에 잘 어울리는 가사의 노래를 되뇌느라 머릿속이 복잡해지기도 한다.
얼마 전 우연한 기회에 노래 한 곡을 듣고 잊혔던 감정의 시간에 푹 빠져든 적이 있다. 한일가요대결로 치러지는 한 프로그램에서 일본의 한 가수가 부르는 섬집아기를 들었다. 부드럽고 잔잔한 멜로디와 홀로 있는 아기가 걱정되어 굴바구니를 다 채우지 못하고 모래밭을 달려오는 어머니의 마음을 그린 노랫말에 가수 특유의 감성적인 목소리가 잘 어울려 오랜 여운으로 남았다.
엄마가 섬 그늘에 굴 따러 가면
아기가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나는 왜 이 가수가 부르는 섬집아기를 들으면서 이미 작고하신 어머니를 떠올렸을까? 바닷가에서 산 것도 아니면서 전형적인 농촌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란 내가 왜 가슴을 저미는 느낌을 받으면 눈시울을 붉혔을까?
노래가 끝나고 잠시 눈을 감으며 엄마를 그려보았다.
해가 지고 사방이 어둠이 내려앉을 즈음이면 마지막 시외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온다. 시내를 벗어난 마을이라 버스가 자주 다니지 못했다. 그래서 야간 자율학습 시간도 제대로 채우지 못하고 막차를 타야했던 고등학교 시절엔 늘 버스시간에 맞춰 뛰어다니기 일쑤었다. 간혹 늑장을 부리기라도 하면 어김없이 막차가 출발하고 나는 시내버스를 타고 30여분이 넘는 밤길을 걸어 집으로 오기도 했다. 매일은 아니어도 가끔 마당에서 나를 기다리시던 어머니 모습이 떠오른다. 어머니도 힘든 하루였을 텐데 늦게 돌아오는 아들을 마중하시러 나와 서성이셨던 어머니의 마음을 아직도 헤아리지 못하는 듯하다.
그리 넉넉한 살림살이가 아니었지만 주름진 얼굴과 송송이 맺힌 땀방울만큼 가족을 위해 힘써 살아오신 어머니의 삶이 그리움으로 그려진다.
돌아오는 어버이날에는 붉은 카네이션 한 다발을 무덤에 꽂아드리고 어느 일본가수처럼 부드러운 감성을 흉내삼아 섬집아기 한 구절을 불러드려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