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피플 이미루 칼럼니스트] 582만 명의 작은 도시국가 싱가포르. 한국 인구의 10분의 1에 불과하지만, 1인당 GDP는 9만 1,000달러(2023년 기준)로 한국의 2배를 넘는다.
천연자원 하나 없는 이 나라가 어떻게 이런 경제력을 갖출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바로 '시스템의 혁신'에 있다. 싱가포르의 성공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전략적 산업구조 재편. 둘째, 개방형 인력 시스템. 셋째, 노동생산성 극대화 전략이다. 이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싱가포르는 고령화 시대에 맞서 국가 경쟁력을 높였다.
먼저, 산업구조 재편 전략을 살펴야 한다.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독립 당시 싱가포르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자원, 산업 인프라, 인구 그 어느 하나도 충분치 않았던 국가 싱가포르. 그러나 지리적 요충지라는 자산을 최대한 활용했다. 그 결과 아시아 물류 허브의 중심은 싱가포르가 되었다.
1970년대 조선·정유산업, 1980년대 전자제조업, 1990년대 금융허브로의 전환. 매 10년마다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면서 세계 굴지의 금융자본들이 싱가포르게 머물 수밖에 없게끔 만들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의료·바이오·물류 분야에 집중 투자하며 글로벌 기업의 아시아 본부 4,200개사를 유치했다.
그 결과 GDP의 60%를 서비스업에서 창출하는 고부가가치 경제 구조를 만들어냈다. 두 번째 전략은 개방형 인력 시스템이다. 2023년 기준 싱가포르 인구의 37%가 외국인 노동자이다. 이들이 건설·의료·IT 등 핵심 분야에서 활약하며 경제성장을 이끌고 있다. 싱가포르는 이들을 전문직(Employment Pass), 숙련직(S-Pass), 단순노무직(Work Permit)으로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매년 인력 부족분을 실시간으로 보완하고 있다.
더 놀라운 건 공공주택(HDB) 정책이다. 싱가포르인의 85%가 거주하는 이 주택에 인종별 할당제를 도입해 다문화 공동체 형성을 유도하고 있다. 이 정책은 할당이라는 역차별을 이야기하며 논란거리이기도 하지만 중요한 건 싱가포르 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에서도 다문화를 적극 권장하고 활성화 하고 있다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주목할 점은 노동생산성 극대화 전략입니다. 싱가포르도 고령화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9.9%에 달하는 초고령사회를 앞두고 있고, 이는 한국의 초고령 인구(65세 이상) 20.8%와 거의 흡사한 수치라 이야기할 수 있다.
싱가로프는 이에 대응해 2016년 도입한 '성공적 노화(Successful Ageing)'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70만 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하고, 노인 친화적 스타트업을 육성하며, 의료비 본인부담금의 최대 80%를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경제활동 참여율을 67.5%(2023년)로 유지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제도는 '스킬스퓨처(SkillsFuture)'이다. 55세 이상 근로자에게 연간 500 싱가포르달러의 재교육 바우처를 지급하며 직업전환을 지원한다. 이는 고령층을 사회적 부담이 아닌 '잠재적 인적자원'으로 보는 시각의 전환을 잘 보여준다.
자, 그렇다면 이 싱가포르 모델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산업구조 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 경제' 전환이다. 인구가 줄어드는 시대에 생존하려면 더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한다.
둘째,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저출산 대책의 연장선에서 봐야 한다. 인구 감소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개방적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 셋째, 고령층을 '잠재적 인적자원'으로 재인식하는 시스템 혁신이 필요하다.
노인을 부양 대상이 아닌 경제 주체로 보는 시각의 전환이 중요하다. 물론 싱가포르의 정책을 그대로 따라 할 순 없다. 우리 실정에 맞는 필터링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주택 확대를 통한 주거안정, 금융허브 조성을 위한 규제개혁, 고령자 재교육 시스템 구축 등을 우리 상황에 맞게 적용해야 한다.
인구절벽 시대,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적은 인구로 더 큰 가치'를 창출하는 시스템이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정책에만 매달릴 게 아니라, 현재의 인구로 최대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싱가포르의 사례는 우리에게 그 해답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이제 한국도 이 길을 향해 나아갈 때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싱가포르의 수익모델 “금융허브, 물류허브”를 집중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인구 591만의 저인구 국가, 싱가포르 경제를 떠받들고 있는 건 금융과, 물류 두 가지가 90% 이상이다.
인구수 1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국가가 그것도 제대로된 제조업 하나 없고 자국 회사도 하나 없는 싱가포르가 한국보다 GDP가 높다. 이것들이 시사하는 바는 상당히 크다. 본격적으로 저인구 국가로 돌아선 한국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많은 방향성을 여기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칼럼니스트 프로필
이미루 칼럼니스트는 현업 작가, 기업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주로 경제와 산업, 사업을 주제로 칼럼과 도서를 발행한다. 작가 특유의 트렌디한 분석과 입체적인 해결 방안은 경직된 시장에서 확실한 해결책으로 기업, 정책 시장에서 주목받고 있다. 출간 도서는 경제경영 주제의 『회사를 퇴사하고 갓생에 입사했습니다(2023)』가 있고, 한국강사신문에서 ’이미루의 트렌드 세일즈‘라는 주제로 B2B세일즈 칼럼을 매주 기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