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골 문화센터에서 윤도경 원주 청소년교향악단 지휘자를 만나다!
원주시 명륜동에 자리한 원주 남사골 문화센터(구 원주여고) 청소년 교향악단 지휘자 윤도경 선생님을 찾아 청소년 교향악단 연주활동과 지휘자 선생님의 음악에 대한 생각, 연주연주활동과 계획에 대하여 들었습니다.
Q. 자기 소개 부탁 합니다.
A. 저는 더블베이스를 전공하여 국립 강원대학교 음악학과를 졸업하였고 Italia Accademia Di Roma 오케스트라 지휘 최고과정 Diploma, 강릉원주대학교 음악교육대학원 수료, Venezuela Teaching Artist In El Sistema를 수료했습니다.
현재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이며 전문예술단체 이음아트프로젝트의 대표, 크로스오버 앙상블 MUA 멤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꿈의 오케스트라’ 전문강사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원주, 수원, 광주, 춘천, 당진, 군산 등 국내 유수의 시립합창단과의 협연, 한국남성합창단 초청연주회, 춘천, 강릉, 청주 시립교향악단 객원, 강원도립 국악관현악단 비상임단원, 스트링앙상블 String & Friends 단원역임, 대관령 국제 음악제 수 회 참여, 2015 한국합창대제전(예술의 전당) 원주시립합창단과 협연 등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에서 활발한 연주 활동을 했습니다.
현재는 이음아트프로젝트를 통해 앙상블 연주와 뮤지컬 음원 제작, 크로스오버 앙상블 무아의 멤버로 대중적이고 실험적인 음반 제작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오케스트라 교육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주목하여 지난 2011년부터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지휘자로 활동하며 매년 2회의 정기연주회와 특별연주회를 지휘하였고, 제 1회 <국제 평화 교향악 페스티벌> 전국 청소년 교향악 콩쿨 최우수상, 대한민국 청소년 교향악축전 특별상을 수상했습니다. 더불어 원주시 여성 오케스트라와 상지대학교 한의학과 오케스트라 ‘Dr.Feel’의 지휘자를 역임하며 생활예술로서의 오케스트라 교육에 활발히 활동했습니다. 2014년 한국 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꿈의 오케스트라’ 전문강사로 선정되어 베네수엘라 현지의 El Sistema 교수법에 대한 연수를 마쳤고 오케스트라 교육전문가로 초빙되어 ‘꿈의 오케스트라’ 컨설팅 위원과 2021년에 진행된 ‘오케스트라에서의 아동 변화 연구’ 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다양한 교육 활동을 펼치고 있습니다.
Q. 언제부터 음악을 시작하게 되었나요?
A. 저는 어린 시절에 친누나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해 자연스럽게 클래식 음악을 접했습니다. 유모레스크, 터키행진곡, 헝가리 무곡 등 비교적 짧은 소곡들이 담긴 테이프가 있었는데 테이프가 다 늘어나게 들을 정도로 그 음악들을 좋아했어요. 연주자로서의 첫 시작은 원주중학교 재학 중 관악부 활동이었습니다. 클라리넷이 내는 맑은소리에 이끌려 관악부에 가입했는데 제가 또래보다 키가 큰 탓에 튜바 파트를 맡으며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무겁고 투박한 소리를 내는 튜바가 싫었지만 이후 합주에 익숙해지고 나니 다른 악기의 소리를 감싸주는 저음의 매력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이후 대성고등학교 재학시절까지 관악부 활동을 이어 오다 조한준 음악 선생님의 권유로 더블베이스를 시작했는데, 더블베이스가 주는 풍부한 저음의 소리에 매료되어 전공을 결심했고 이후 30년간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지휘자로 계셨던 이택성 선생님과 만남을 계기로 지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Q. 청소년기의 꿈은 무엇이었나요?
A.국어와 음악을 좋아해서 이 두 과목 중 하나를 가르치는 교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따뜻하면서도 정감 있고, 학생들이 많이 웃게 할 수 있는 선생님이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후 연주자로의 진로를 선택한 후에는 프로오케스트라의 단원이 되고 싶어져 음악 교사와 전문연주자 사이에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교육대학원에 진학해 교생실습을 해보니 학생들의 음악 수업에 대한 관심도가 그리 높지 않더군요. 또 음악을 전공하거나 음악을 배우려는 학생들만 가르치다 보니 정서적으로 다른 학생들과는 잘 맞지 않는 점도 있었고요. 그래서 전문연주자의 길을 가면서 음악을 좋아하고 배우기를 원하는 학생들만 가르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지금은 청소년기에 제가 바라던 삶을 어느 정도는 이룬 것 같아 만족하고 있습니다.
Q. 음악을 공부하시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나 힘든 일은 어떤 것일까요?
A.아무래도 악기를 관악에서 현악으로 바꾸고 전공을 워낙 늦게 시작한 탓에 20대 청년기에 가장 힘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전공자에 비해 악보 초견 능력도 부족했고 오케스트라 활동 경험도 적은 탓에 자존심이 많이 상했어요. 그 간극을 메우기 위해 밤낮으로 연습에 매진하느라 20대에 남들처럼 좋은 추억을 많이 가지지 못했습니다. 다른 학생들은 유년 시절부터 닦아온 기본기를 늦게 익히려고 하니 고생을 많이 했지요. 몇 년을 꾸준히 연습해도 스스로 만족할만한 연주를 하지 못하는 점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스스로의 연주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것이 아마 많은 연주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점이 아닐까 생각이 드네요.
Q. 원주시 청소년 교향악단을 이끄시는데 어떤 어려움들이 있을까요?
A.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일단 저는 학생 시절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에서 제가 느낀 많은 장점들을 학생들에게도 느끼게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큽니다. 예를 들면 심도 있고 예술성 있는 곡을 연주하기 위해 노력하고 완주했을 때의 성취감, 오케스트라 활동을 하며 알게 되는 친구들과 선생님과의 유대감, 합주를 하며 호흡이 완전히 맞을 때 느끼는 심미적인 즐거움 등등을 느끼게 해 주고 싶은데, 이러한 것들을 이루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연주라고 보거든요.
첫째로 우선, 노력이 없이는 성취를 이룰 수가 없는데 우리 학생들이 이전에 비해 훨씬 바쁘고 치열하게 살다 보니 학업 외에 다른 일에 열정을 쏟기가 힘든 것 같아요. 이전에 비해 방학에 음악 캠프를 참여하는 학생의 수도 많이 줄었고요. 캠프를 통해 같이 식사도 하고 쉬는 시간에 친구들, 선생님들과 소통하면서 친해져야 하는데 각자 바쁘게 지내다 보니 그런 시간이 많이 줄었습니다.
교육과정의 역사를 보면 매번 음악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다시 사라지고, 사회가 각박해지면 다시 중요성을 인식하고를 반복하는데, 아마 현재는 다시 사라진 상황인 것 같아요. 고등학생임에도 불구하고 계이름을 읽지 못하거나, 음표의 이름을 모르는 학생들이 많아 공교육에서 음악 과목이 도태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악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로 바쁜 일정을 쪼개어 오케스트라 연습을 나와도 원주시에 각 파트별 연습실과 합주실이 구비된 공간이 없다 보니 파트 연습의 능률이 많이 떨어집니다. 다른 파트와 함께 연습하려니 소리가 섞이기 때문에요, 합주 시에도 오케스트라 사운드를 제대로 체크할 수 있는 공간이 없고, 매번 무거운 타악기와 베이스를 옮겨와야 합주를 제대로 진행할 수 있는 것도 문제입니다. 훌륭한 연주를 위해서 연습실이 주는 효과의 차이는 아주 큰데, 이러한 공간이 전무한 점은 많이 아쉽습니다.
셋째로, 교육과정에 대한 것인데 전공을 하는 학생들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섞여 있는 단체이다 보니 적절한 곡의 선곡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은 거의 40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만큼 다양한 레퍼토리의 악보를 보유하고 있는데요, 연주회 선곡에 있어서 파트 선생님들과 많은 회의를 거치곤 합니다. 주로 연주 난이도의 문제, 학생들이 음악을 이해하고 즐겁게 연주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어느 정도의 연주경험을 줄 수 있는가 등에 대한 문제입니다. 얼마 전 전국 학생 관악경연대회를 참관하고 왔는데, 현재 강원지역 청소년들의 음악 전공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생각이 들어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Q.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음악 활동에는 어떤 목표가 있나요?
A.저는 우리 단체를 음악 단체라기보다 교육단체로 생각합니다. 음악 활동은 곧 좋은 교육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죠. 그래서 음악 활동의 목표보다는 제가 생각하고 있는 교육철학을 이룰 수 있는 단체로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각자 다른 악기 파트를 담당하는 다수의 인원이 모여서 한 가지 목표, 즉 좋은 연주를 위해 각자 최선을 다하는 단체가 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하기를 바랍니다. 어려운 부분을 연주할 수 있게 연습하는 노력과 열정, 그것을 이뤄냈을 때의 성취감, 오케스트라를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선생님을 통해 배우는 사회성과 예절, 파트 연습과 합주에서 배우는 협동심,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활동하며 느끼는 자존감과 때로는 무대에서 실수했을 때의 아쉬움까지도요. 이런 경험은 오직 오케스트라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오케스트라에서는 각자 맡은 역할이 명확하고, 모든 파트에 균일하게 책임이 주어집니다. 이렇게 다양한 역할을 맡은 개개인이 한가지 목표를 향해 노력하는 것, 저는 이런 점을 활용하여 청소년기의 성장에 있어서 많은 부분을 배우도록 유도하고 가르치고 싶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러기 위해 다양한 악기들을 다룰 수 있는 학생들이 필요하고, 현악에서는 풍부한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많은 더 학생이 필요하죠. 정리하자면 단기간의 목표는 많은 학생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노력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고, 장기간의 목표는 3관 이상의 편성 인원을 갖추고 더 많은 학생과 멋진 음악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가 되는 것이라 할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언젠가는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을 학생들과 연주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후반기 연주 계획 있을까요?
A. 우선 10월 14일에 서울 대학로에서 열리는 웰컴대학로 페스티벌의 개막식에 초청받아 연습에 매진하고 있습니다. Alfred reed의 A Festival Prelude를 시작으로 연극과 뮤지컬로 유명한 대학로의 분위기에 걸맞게 Bob krogstad의 Curtain Up!과 영화 ‘반지의 제왕’ OST 등을 연주할 계획입니다.
10월 21일에는 치악예술관에서 원주 소년소녀오케스트라와 횡성 청소년교향악단과의 합동연주회로, Gustav Holst의 ‘The Planets’ 中 목성, Bedřich Smetana의 ‘나의 조국’ 中 2번 The Moldau, Flute 김지인 학생의 협연으로 Cécile Chaminade Flute Concertino in D major, Op.107 1악장 등이 연주됩니다.
마지막으로,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동생격인 원주 소년소녀교향악단의 정기연주회가 9월 17일에 치악예술관에서 열립니다. 초등학생으로만 이루어진 오케스트라지만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 못지않은 연주실력을 갖추고 빠르게 성장 중이니 많은 응원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Q. 특별히 기억에 남는 연주회나 연주 에피소드 같은 것이 있으면 소개 해 주실 수 있을까요?
A.원주 청소년교향악단과의 연주 중에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전국 청소년 교향악 축전에 참여했을 때, 코로나 시기에 전국 청소년교향악 콩쿨을 준비하는 과정, 그리고 매년 정기연주회마다 솔리스트로 협연했던 학생들과의 작업이 기억이 많이 남네요. 청소년 교향악 축전 참가곡으로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2번 4악장과 아르투로 마르케즈의 Danzon No.2 을 선정했었는데 심도있는 곡을 편곡되지 않은 악보로 전국 축전에서 연주하려고 하니 선생님들의 걱정이 많았어요.
그때는 제가 음악교육을 시작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때라 열정이 과하던 시기였거든요. 조금의 실수도 넘어가지 않고, 곡을 연습해 오지 않는다고 다그치는 일이 많을 때였습니다. 그때는 원주에 청소년 오케스트라가 우리 단체밖에 없을 때라 우리가 원주를 대표해서 연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더 단원들을 타박(?) 해서 다른 선생님들이 걱정을 많이 하셨어요.
그렇게 힘들게 준비해서 갔는데, 학생들이 여느 때 보다 훨씬 연주를 잘했고, 그날 참가한 다른 오케스트라보다 월등히 좋은 연주를 선보여서 특별상을 수상했어요. 그때 저도, 학생들도 고생을 많이 해서 성과를 냈던 만큼 큰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하던 기억이 납니다.
다른 일례로는 코로나로 인해 모여서 연습하는 것을 꺼리던 시기에 전국 청소년 교향악 콩쿨이 열렸는데,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을 수 없어서 관악기가 합주에 참여가 힘드니 현악 합주곡으로 연주곡을 선정하고 연주를 녹화해서 영상을 보내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브리튼의 ‘심플 심포니’로 예선을 통과하고 레스피기의 ‘고풍적 춤곡과 아리아’ 모음곡 1, 3번으로 본선에 참가했는데 이 준비과정에서 코로나 시기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참여도가 높고 연습을 너무 열심히 하는거에요. 준비과정에서도 감동적이었지만,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을 때 코로나가 심해져 집합금지를 하는 바람에 최우수상을 수상하는 감동을 저 혼자 누려야 했습니다. 교향악축전 때처럼 학생들과 완전히 함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많이 아쉬웠어요. 그래도 예상하지 못했던 수상이라 매우 기뻤고, 학생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지금도 진행되고 있는, 원주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원 중에 협연자를 선발해 정기 연주회마다 진행되는 학생연주자와의 협연인데요. 지금까지 거쳐 간 모든 협연자 학생들의 기억이 뚜렷이 납니다. 모든 학생이 자신의 첫 오케스트라 협연을 저와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과 함께하기 때문에 많은 준비를 하고, 사실 학생에게 내색은 안 하지만 제가 긴장이 많이 되거든요. 혹시 학생이 긴장이 되어 실수를 하지는 않을지, 오케스트라 협연의 첫 기억을 안 좋게 가져가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요. 협연하는 학생과의 준비 과정과, 특히 모든 학생이 무대에 입장해 연주 준비를 하고 협연자 학생과 둘만 남아 무대에 들어가기 직전에 나누는 대화는 매번 특별한 기억으로 남네요. 아, 그리고 악장으로 오래 활동했던 학생들과의 추억도 제게 특별한 기억입니다.
마지막으로 연주회에 대한 기억은 아니지만, 베네수엘라에서의 청소년 오케스트라 교육 연수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 시스테마의 교육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니까요. 저의 음악교육에 대한 가치관이 이 때 많이 바뀌었고, 음악 티칭에 대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오케스트라를 통해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를 깨달았다고 할까요. 많은 음악 교육자들과 오케스트라 교육에 대한 가치와 교수법에 대해 교류하고 싶은데 그럴 기회가 많이 없어서 아쉽네요.
Q. 존경하거나 좋아하는 음악가는 어떤 분일까요?
A.청년 시절에는 베토벤을 좋아했습니다. 진중하면서도 힘이 있는 음악이 좋았어요. 특히 9번 교향곡은 지금도 가장 즐겨 듣는 곡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서정적인 음악이 많은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이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선율적인 음악에 더 끌린다고 할까요? 특히 차이코프스키의 6번 교향곡 <비창> 4악장은 언제 들어도 깊은 여운을 주는 음악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제가 여러 장르의 음악을 연주하다 보니 어떤 작곡가를 특정할 것 없이 모든 작곡가를 좋아하고, 존경하고 있습니다. 작곡가 각자가 각기 다른 특징과 장점을 가지고 있어서 그 매력들을 알아 가는 것도 저의 큰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Q. 원주 청소년 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해서 어떤 점들이 필요 하다고 보시나요?
A.우선은 파트 연습과 합주에 집중할 수 있는 좋은 공간을 구하는 것, 그리고 팀파니와 베이스드럼, 세트드럼 등 대형 타악기와 더블베이스가 구비된 공간을 구하는 것입니다.
제가 30년간 원주에서 음악 활동을 하며 가장 아쉬웠던 점이 연습실이에요. 각 악기별로 모여 파트연습 후에 전원이 합주실에 모여서 합주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이 없어요. 타악기와 한번 맞추어 보려면 트럭을 빌려 먼 곳에서 팀파니 베이스드럼 등을 대여해 옮겨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많이 맞추어 볼 수가 없고, 그래서 연주 때마다 타악 단원들의 실수가 잦은 편이에요. 악기가 없어 합주에 자주 참여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연주회 때마다 타악기를 대여하는 비용에도 많은 예산이 들고요. 시에서 팀파니 등 대형 타악기들을 예술관에 구비해 두고 대여하는 방식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더블베이스를 전공하다 보니 악기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는게 정말 힘들다고 느낍니다. 더블베이스가 들고 옮기기 힘든 악기이다 보니 학생들이 그 악기를 배워 볼 엄두를 잘 못 내더라구요. 현재 합주하는 곳이 남산골 문화센터인데 계단이 너무 많아 악기를 들고 합주하러 한번 가려면 정말 진땀이 다 빠집니다. 그래서 어느 오케스트라나 더블베이스 단원은 귀합니다. 오케스트라에서 더블베이스는 정말 중요한 악기인데도 항상 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강원지역에서는 정말 어디를 가나 비올라와 더블베이스를 연주하는 학생이 드물어요. 횡성의 경우 예술관에 더블베이스를 몇 대 구비 해 놓고 지역 학교의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러 오면 대여도 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춘천에도 타악기와 베이스가 구비되어 있는 연습실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요.
오케스트라 연습실의 구비는 단지 원주 청소년교향악단의 발전을 위한 것만이 아니라 원주시의 전반적인 문화 수준의 향상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구 대비 원주시 만큼 오케스트라가 많은 도시는 흔하지 않을겁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 단체만 해도 학교 단체까지 합치면 20단체가 넘을 거에요. 성인 아마추어 오케스트라도 10단체가 넘고요. 아마 모든 연주 단체들이 타악기와 더블베이스 문제로 고충이 클 겁니다. 이런 점들이 우선적으로 개선되면 좋겠습니다.
Q. 우리의 청소년들이 클래식에 대한 관심을 모으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 할까요?
A.현재 K-pop의 인기가 세계적으로 워낙 뜨겁고, 또 그만큼 좋은 음악이 많이 생산되어 학생들에게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어서 학생들의 관심을 일부러 클래식으로 돌리기에는 예전만큼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한번 들어도 바로 익숙해지는 대중음악에 비하면 클래식 음악은 접근이 어려운 게 사실이지요. 학생들이 일부러 클래식을 찾아서 듣지 않는 만큼 학교 오케스트라나 음악 단체에서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집에서 음악감상을 하는 것과 오케스트라에 소속되어 직접 연주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으니까요. 학교에서 오케스트라나 관악부를 하는 학생들이 이후에도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게 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클래식 음악을 감상하도록 유도하는 것보다는,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Q. 클래식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A.우선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의 장르가 정말 클래식인지, 스스로 꼭 돌이켜 보고 신중히 결정하기를 바랍니다. 클래식 악기는 익숙하게 연주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하고 많은 끈기가 필요합니다.
재능이 있지만 끈기가 부족하여 전공을 그만두는 학생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저는 끈기 있게 오랜 시간 노력할 수 있는 의지도 재능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그 노력은 음악에 대한 열정에서 나온다고 봅니다. 클래식 음악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오랜 시간 공들여 노력할 수 있으니까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에 대한 확신이 있을 때, 음악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클래식을 공부하는 학생에게는 기초를 중시하라는 이야기를 꼭 하고 싶네요. 하루의 첫 연습을 시작할 때에 언제나 기초연습을 잊지 말고 시작하기 바랍니다. 아마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면 기초연습의 중요성에 대해 새삼 깨닫게 되는 날이 반드시 올 테니까요.
Q. 연주 활동을 하면서 관객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요즘은 문화적으로 예전보다 많이 발전해서 관객들의 매너가 훨씬 좋아졌다는 걸 느낍니다. 그런데 가끔 치악예술관에서 연주를 보다 보면 연주 중에 일어나 돌아다니는 학생이 여전히 조금씩은 있어요. 연주회 감상 에티켓에 대해 교육하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청소년 교향악단의 연주회는 학생들이 연주하는 무대인만큼 더 큰 환호와 박수를 보내주시면 학생들이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요.
Q. 혹은 원주시에서 기획하면 좋을 것 같은 문화 예술, 연주 프로그램이 있습니까?
A.원주시에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많은 수의 학생 오케스트라 단체가 있습니다. 각 학교마다 오케스트라를 편성해서 운영하는 경우도 많고요. 정기적으로 이런 단체들이 모여서 연주를 선보이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른 지역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 축전처럼요. 아마도 단체 간의 교류를 통해 서로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습니다.
또는 미술작품 전시회에 연주팀을 섭외해서 전시회 겸 연주회를 하는 프로그램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도 음악을 하지만 미술작품에 관심이 많은데 원주지역에 친한 화가분이 한 명도 안계시거든요.
저희 팀인 이음아트프로젝트가 뮤지컬, 연극쪽에서 연출가, 연기자 분들과는 많은 작업을 해 왔지만 앞으로는 화가분들과도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면 좋겠습니다. 또는 서로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이 서로 교류할 수 있는 어떤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긴 시간 인터뷰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