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전통의 맛집 감자탕
감자탕 단일 메뉴 고집
최고 맛의 비결은 정성
‘손님도 내 가족이다’ 변치 않는 초심
강렬한 여름 햇살이 구름에 가려 며칠 전까지 맹위를 떨치던 날씨가 한풀 움츠러드는 9월의 시작이다.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 소리도 간간히 들리는 오후, 감자탕 한 가지 메뉴만으로 30여 년 동안 식당을 운영 중인 대복감자탕을 찾았다. 오시는 손님 모두가 단골이라면서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사장님의 얼굴이 편해 보였다.
Q: 반갑습니다. 오후 휴게시간(break time)인데 인터뷰 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식당을 시작하신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대복감자탕이란 이름으로 식당을 개업한 지는 30년 정도 되었어요. 제가 인수를 해서 운영한 것은 20년 조금 넘었구요.
Q: 그렇군요. 그럼 처음에는 사장님께서 직접 운영하지는 않으셨나 봐요?
처음에는 지인과 함께 운영을 시작했어요. 제가 다른 사업을 하고 있었는데 정리를 하고 함께 식당을 운영하게 되었지요. 지금의 식당 부지는 창고 목적으로 구입해서 활용하고 있었는데 사업을 정리하면서 시설물의 구조를 변경하고 내부 수리를 해서 식당을 개업하게 되었습니다.
Q: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태풍과 장마로 어려움이 많았는데 식당 운영하는데 지장은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식당은 방문하시는 손님 중에는 여름이 너무 더워서 손님이 줄어들지 않을까 내심 걱정해 주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무더운 여름이었지만 손님이 줄어들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한여름을 이겨내려면 땀을 흘리면서 먹는 감자탕이 제격이라면서 일부러 더 찾아 주시는 손님들도 계셨습니다.
Q: 질문이 어떻게 들리실지 모르는데 일 년 중 어느 계절에 손님이 가장 많은가요?
감자탕이 계절음식이 아니라서 그런지 계절과는 관계가 없어 보입니다. 늘 꾸준하게 찾아주시는 손님들이 계셔서 어느 계절이 특별하게 손님이 많다고 느끼지는 못하는데, 그래도 꼽으라면 가을에 손님들이 더 많이 찾아주시는 것 같습니다.
Q: 원주의 맛집 감자탕으로 알려져 있는데 비결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저는 우리 식당이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것조차 알지 못했어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내 식구처럼 생각하고 음식을 대접한다는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하고 있어요. 젊은 친구들이 주문한 음식이 나오면 사진을 찍고 SNS로 음식 평을 좋게 하면서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고 입소문을 내 주신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음식의 맛은 음식을 만드는데 들어가는 시간이 좌우한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양념을 넣는다고 해서 음식의 맛이 좋아지지는 않아요. 음식을 만드는 정성과 준비를 하는 과정 모두가 음식의 맛을 내는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Q: 육수가 깔끔하고 시원하다고 평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은데 육수를 만드는 비결이 따로 있나요?
우리 식당에서 사용하는 육수는 등뼈를 고아서 나오는 진국 육수만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콜라겐이 다량으로 함유되어 있구요 다른 육수와 희석해서 사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루 준비한 양이 소진되면 영업을 종료하는데 요즘은 육수가 일찍 떨어져서 조기 퇴근하는 날도 많아졌어요. 덕분에 우리가 쉬는 시간이 조금 많아져서 다음 날 영업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합니다.
Q: 휴일에만 쉬는 날을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는데 힘들거나 어려운 점은 없나요?
토요일과 일요일을 쉬는 날로 정하려고 했어요. 가까이 지내는 손님들 의견도 들어봤는데 주말과 휴일 모두 쉬는 것보다 평일 하루의 일을 조금 줄이고 휴일만 쉬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주신 분들이 많았어요. 주말을 이용해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러 오시는 분들이 서운해 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주시더라고요. 그래서 고민 끝에 일요일만 쉬기로 결정했어요.
Q: 하루의 일과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합니다.
저는 새벽 4시에 식당으로 출근을 합니다. 등뼈를 삶기 위해 점화를 하고 종합운동장에서 한 시간 정도 걷기 운동을 합니다. 식당을 운영하는데 체력은 필수거든요. 삶은 등뼈를 크기대로 분류해서 저온냉장고에 보관하면 11시부터 손님들께 제공을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오후에는 틈틈이 다음 날 제공할 재료들을 손질하죠. 지방질을 제거하는 모든 일들이 수작업으로 이루어지다 보니 재료 준비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오래 걸립니다. 준비하는 시간이 음식의 맛을 결정한다고 생각합니다.
Q: 감자탕 하나의 메뉴로 영업을 하고 계시는데 이렇게 하나의 메뉴를 고집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단일메뉴로 전문가가 되자는 생각으로 식당을 운영하다보니 다른 음식을 개발할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식당을 찾아주시는 손님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음식을 드신 뒤에 만족한 모습으로 식당을 나가는 모습이 저에게는 가장 큰 보람이었습니다.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에게 맛있는 음식을 제공하려면 다양한 메뉴보다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면서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자는 생각이었지요. 한 가지 메뉴로 운영되는 식당은 우리밖에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서로 격려하면서 일하고 있습니다.
Q: 식당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 들었거나 어려움이 있었다면 어떤 것일까요?
지금처럼 식당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을 때는 담배를 피우시는 손님들이 많았어요. 저도 불편하기도 했지만 어린아이들과 함께 온 손님들은 담배냄새에 거부감이 많았지요. 처음에는 담배 피우시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식당 전부를 금연구역으로 정했어요. 원주의 식당에서는 아마도 우리 식당에 가장 먼저 금연식당을 운영했다고 생각해요. 담배를 피우시는 손님들과 잦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어요. 식당을 오지 않겠다는 분들도 계셨지요. 손님들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그런 문제들이 가장 어렵고 힘 들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몇 년이 지난 뒤 정부 방침으로 식당 내 금연구역이 운영되면서 참 잘된 정책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Q: 앞으로의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나이가 들면서 몇 년 전부터 식당을 정리할 생각도 많이 했어요. 그런데 가족처럼 찾아주시는 손님들과 부모님과 함께 왔던 어린 아이들이 장성해서 그들의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부모님과 함께 식사하던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식당 운영하기를 참 잘했구나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처럼 한결같은 마음으로 손님을 맞이하는 시간까지 정성을 대해 식당을 운영할 생각입니다.
주변의 칭찬보다 가족 간에 주고 받는 위로와 격려가 가장 큰 힘이 되어 준다면서 오시는 손님 모두가 식당의 홍보대사라고 말하는 사장님은 손님들의 쓴 소리조차 나에게 도움이 되는 가르침이라 생각하고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한다.
살아가면서 부부는 서로를 닮는다고 했던가. 인터뷰를 마치고 식당을 나오면서 인사를 나누는데, 부부의 환한 얼굴이 기자의 발걸음을 자꾸 붙잡아두려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