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의 발걸음이 닿은 고즈넉한 풍경, 옥천에서 만나는 가장 한국적인 휴식

선비의 발걸음이 머물던 곳

충청북도 옥천군 군북면, 서화천을 따라 굽이치는 강가 언덕 위에 이지당(二止堂)’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겉모습은 단아한 정자이지만, 이곳은 수백 년의 세월을 품은 역사적 의미와 자연의 고요함이 공존하는 특별한 공간입니다.

이지당은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이자 의병장이었던 조헌(1544~1592) 선생의 뜻을 기리기 위해 그의 제자 김만균이 1674년 무렵 세운 건축물입니다. 송시열은 이 정자를 이지당이라 이름 붙였는데, 이는 높은 산은 우러러보지 않을 수 없고, 밝은 행실은 따르지 않을 수 없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한 휴식의 장소를 넘어, 선비 정신과 학문의 기개가 깃든 자리라 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건물은 1901년 옥천의 금···안 네 문중이 보수한 것으로, 정면 6, 측면 1칸의 자형 기와집에 양쪽으로 중층 누각을 덧붙인 독특한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단정하면서도 기품 있는 조선 후기 건축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며, 그 자체가 문화재이자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이지당으로 가는 길, 설렘의 시작

여행은 길 위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옥천 시내에서 차를 몰아 약 15분쯤 달리면, 서서히 도시의 풍경이 사라지고 푸른 강과 산이 어우러진 시골길이 펼쳐집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옥천역이나 터미널에서 군북면 방면 버스를 타고 이백리정류장에서 하차해 도보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이지당 입구에 들어서면 서화천을 따라 조성된 데크길이 이어집니다. 오래된 느티나무들이 만든 그늘과 잔잔히 흐르는 물소리가 동행이 되어주고, 걷다 보면 어느새 고즈넉한 한옥 정자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설렘의 순간이지요.

 

사계절이 담긴 풍경의 무대

이지당은 계절마다 전혀 다른 풍경을 선사합니다. 봄에는 강변을 따라 벚꽃이 흩날리며, 여름에는 짙푸른 녹음이 정자를 감싸 안습니다. 가을이 오면 단풍빛으로 물든 언덕이 병풍처럼 둘러지고, 겨울에는 눈이 소복이 쌓여 마치 한 폭의 동양화 속에 들어온 듯한 고요가 찾아옵니다.

마루에 앉아 강물을 바라보면, 물소리와 바람이 한데 어우러져 마음을 정화시킵니다. 이곳에서의 시간은 길지 않아도, 여행자의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남는 울림을 남깁니다.

 

왜 이지당이어야 할까

전국 각지에는 수많은 정자와 누정이 있지만, 이지당은 유난히 여행객의 발걸음을 멈추게 합니다. 단순히 건축미나 풍경 때문만은 아닙니다. 이곳에는 선비의 정신이 살아 숨 쉬고,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쉼의 미학이 깃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여행은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풍경 속에서 나를 만나는 일이라 합니다. 이지당은 바로 그런 여행을 가능하게 하는 장소입니다. 짧은 머무름 속에서도 마음속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 자신과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합니다.

 

옥천에 간다면 반드시 들러야 할 명소

금강비경 10중 하나로 꼽히는 이지당은 옥천을 찾는 이들이라면 결코 놓쳐서는 안 될 명소입니다. 역사와 자연, 그리고 감성이 어우러진 이곳은 누구에게나 특별한 기억을 남겨줄 것입니다.

옥천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이지당의 마루에 앉아보길 권합니다. 고즈넉한 풍경 속에서 진정한 휴식을 찾고, 마음속 평화를 가득 채워 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오랫동안 당신의 삶을 따뜻하게 비추는 빛으로 남을 것입니다.

(시민기자 함봉식)

(사진:이지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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