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 호남스토리 3 '신안 염전 노동자 사건 진실공방, 그리고 美 추가 제재'

칼럼니스트 석성민
칼럼니스트 석성민

2014, 구전(口傳)으로 만 전해졌던 신안군의 염전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온 세상이 떠들썩했던 날로부터 약 11년이 지난 시점, 사람들에게서 조금은 잊혔던 사건이 다시 재조명되고 있다. 그 이유는 바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서 태평염전이 생산한 소금 수입금지령을 내리면서 사실상 강제노동 제품이란 이유로 외국 정부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수입을 중단한 최초 사례다 보니 국가적인 문제로 불거지고 있다.

태평염전은 신안군의 최대 염전으로 연간 약 16천여 톤의 소금을 생산하며, 이는 국내 전체 생산량의 약 6%를 차지하고 있고 이중 대미(對美) 수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는 전무하나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소금 수출액은 총 약 22백만~23백만 달러 수준으로 추산되며, 대체로 완만한 증가 추세에 있어 미국은 한국의 소금 수출의 성장 중요 국가로 수출에 빨간불이 켜진다면, 이 사건은 지역 사회 문제를 넘어 국가적인 문제로 확장된다.

11년 전 사건 이후 다양한 커뮤니티를 통해 악의적, 정치적으로 반죽된 글들이 재생산되어 쏟아지면서 신안군이라는 지역 브랜드는 상당한 타격을 입었고 지금도 여전히 신안군이라는 지역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국민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와중에 터진 일이라는 점에서 진실에 대한 정확성보다 혹시나가 역시나다’ ‘변한 것이 없다라는 편협적인 여론이 대세다.

그동안 전라남도와 신안군은 보건복지부와 함께 염전에서 벌어지는 노동자에 대한 불법행위에 대해 처벌 강화 및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고 있다는 주장하고 있으나 이와 달리 미국은 상충된 결과를 내놓은 것일까

 

 

 

2002년부터 미국 국무부(US Department of State)은 각 국가의 인신매매 현황을 조사하고 그 보고서를 통해 1~3등급으로 나눠 매년 발표한다. 1등급은 인신매매 관련 범죄를 철저히 단속하는 국가이며, 3등급은 인신매매가 활발히 벌어지는 최악의 등급이다.

보고서가 규정하는 인신매매란 강압, 강요, 사기로 유도된 성매매, 같은 방법으로 부과된 강제 노동, 미성년 성매매 등을 뜻하며, 이에 대한 적법한 조치를 취하는지 또는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 그에 대한 결과가 있는지를 매년 조사한다.

많은 사람들은 70~80년도에나 성행했던 인신매매가 아직도 성행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한국은 보고서가 처음 발간되었던 2001년 당시 3등급을 받았고 이듬해인 2002년부터 2021년까지 1등급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2022년 처음으로 2등급으로 분류됐고, 지난해에도 역시 같은 평가를 받았으며, 2024년에 들어서야 1등급으로 회복했다.

1등급으로 분류되는 국가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캐나다·영국·프랑스·독일·스페인·네덜란드·대만·필리핀 등 35개국이며, 최악의 인신매매국으로 취급하는 3등급 국가로는 22년째 3등급을 벗어나지 못하는 북한을 비롯, 중국·러시아·이란·시리아·미얀마 등 총 30여 개국이다.

이렇게 1등급을 유지하고 있는 모범국가에 대해 미국 CPB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됐다는 이유로 수입을 막아선 이유는 2014년 사건을 시작으로 2021년 태평염전에서 발생한 강제 노동 사건으로 또다시 재조명되면서 202211월 국내 공익 법률 단체가 제기한 미국 관세국경보호청에 인도보류명령(WRO)청원 후 약 2년 반 만에 내려진 결정으로 국제노동기구(ILO)가 규정한 강제노동 지표에 대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부합되지 않고 있다는 이유를 근거로 내세웠으며, 이는 국제적인 압박 메시지로 볼 수 있다.

문제는 천일염 사태를 시작으로 전남지역을 예의주시하고 미국 CPB는 외국인 노동자 인권 문제까지 거론하며, 계절노동자에게 자행된 여권 압수, 폭행, 임금 갈취, 인권 유린 등의 사례에 대해서도 인신매매 피해로 간주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 금수조치가 내릴 준비를 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였으며, 최근 트럼프 정부는 수산물 무역에서의 비관세장벽을 높이 쌓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하면서 더불어 주요 해산물 수산국들의 '불법·비보고·비규제'(IUU) 어업 활동과 외국의 강제 노동 등 무역관행을 검토하라는 지시하였다는 점도 예의주시할 대목이다.

이에 대해 지역사회에서는 수년 전 일부에서 벌어진 사건을 가지고 염전 전체가 매도당하고 있다며 억울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또한, 전남도와 신안군은 CBP의 현재 조치는 과거 수년 전에 벌어진 태평염전 내 염판 임차인과 고용된 노동자 간 벌어진 임금체불 등의 사건이며, 이미 폐업한 상태이고 현재 미국으로 수출되는 태평염전 생산 천일염은 강제 노동과 전혀 무관하다 항변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또한 팔을 걷고 나서 전남도와 신안군의 입장에 힘을 실어주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인도보류명령 해제를 위해 필요한 조치를 신속히 검토·지원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리하자면, 과거에 벌어진 사건으로 인해 강제 노동이 벌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사건과 무관한 설량한 소금까지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상품으로 둔갑·매도당하는 상황인 것인데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양시론(兩是論) 상황이다.

관세전쟁을 선포한 트럼프 정부의 각종 트집에 대한 대응은 정치적 성향을 떠나 대국민적 관심이 필요할 때라 생각하며, 각종 이슈를 그저 각 지자체에 책임 전가식으로 떠맡기기 보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 관세전쟁에 대한 각종 보복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도록 함께 맞손을 잡아야 한다.

또한 이 사회는 편협한 시각보다 정확한 내용을 확인한 뒤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국익을 위함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하며, 피와 땀으로 일궈낸 삶의 전부라 생각하는 선량한 농어민들에게까지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함께 협업해야 하며, 강제 노동 및 인권침해에 대한 강력한 환경개선을 통해 재발하지 않도록 각고의 노력이 필요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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