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그녀들이 다시는 울지 않는 사회를 위해
가장 안전해야 할 가정이 위험해지지 않도록 하려면...
20년 전 영화 '이너프'를 기억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하지만 나는 이런 비슷한 류의 영화 중에 단연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비슷한 내용의 영화 중에 '적과의 동침'이라는 명작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영화인데 역시 남편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고 이혼을 거부당하고 도망을 다니지만 결국 남편이 찾아온다는 줄거리다.
이 두 영화 모두 여성의 인권이 덜 중요하게 여겨지던 2~30년 전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너프' 속 주인공 슬림(제니퍼 로페즈 분)은 히스패닉계에 가난한 웨이트리스다. 사회적 약자 중에 약자에 속한다. 줄리아 로버츠 역시 도와줄 사람이 없다. 극중 유일한 가족인 어머니가 장애인이고 요양원에 있어서 도움이 되기는 커녕 오히려 사위에 의해 살해당할 위기에 처한다.
두 여성 모두 남편에게 보호를 받기는 커녕 폭력을 당하고 다른 가족(자녀, 친정부모)를 남편으로부터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부모나 친구, 지인 등 주변인들이 도움이 되지 않고 폭력에 같이 노출되거나 방관 혹은 가담하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 사회는 그녀들에게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조용하게 여성들이 폭력에 노출된 채 살아간다. 보험사에 근무하는 지인은 기혼여성의 경우 넘어져서 다친 후 보험료를 청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한다.
과연 진짜로 넘어져서 다친 것일까? 노인도 아닌 청장년 여성들이 집에서 넘어져서 다치기까지 하기란 쉽지 않다.
그녀들이 맞을 짓을 했다고? 남편의 말을 잘 듣지 않아서 맞거나 바람핀 사실을 추궁하며 거칠게 대했다고 맞았다고 생각한다면 아직도 당신은 여성을 아이나 동물로 생각하는 것이다.
심지어 이제는 아이나 동물도 함부로 때려서는 안되는 시기다.
폭력적인 사회에서 태어나는 미래의 가정폭력 가해자들
대가 변했으니 동물학대, 아동학대, 학교폭력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그래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멈출 것이다. 왜냐하면 동물학대나 아동학대, 학교폭력이 용인되는 사회에서는 여성학대가 더 쉬울테니까.
그리고 여성을 대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교육 및 치료, 분리 등이 적극적으로 사행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집에서 엄마에게 많이 맞은 아이가 그렇지 않은 아이보다 폭력적인 남편이 될 확률이 높을 것이기 때문이다.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인되어서는 안된다는 명제가 우리 사회에서는 아직도 잘 통하지 않는 것 같다.
또한 아이가 말을 듣지 않으면 엄마를 향해 "안 때리고 키우니까 그렇지!"라며 나무라는 시부모나 남편의 잔소리는 멈춰야 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오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안전해야 할 장소인 가정이 어느날 갑자기 지옥이 되어버리는 일은 정말 끔찍하다. 영화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공포를 제공한다.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하고 폭력괴 위협을 당한는 일은 생각보다 매우 고통스러운 일임을 여주인공들의 상황 및 심리묘사로 처절하게 고발한다.
피해자 보호보다는 가해자 감시를!
가정폭력이 경찰에 신고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님을 알려준다. 폭력을 신고하면 반성하기는 커녕 더 큰 폭력으로 응하는 폭력남편들에게는 처벌보다는 분리가 답이다. 접근금지와 더불어 지속적인 관리, 감시가 필요하며 필요하다면 정신과 입원 치료도 적극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기억은 안나지만 어느 영화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자가 살해당하면 제1용의자는 남편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경우 범죄 피해자의 절반 가량이 여성이며 그 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중이다. 사실 가정폭력은 주변의 시선이 두려워 신고가 안되는 경우가 많아서 엄청날 것으로 예상만 되는 실정이다. 하지만 피해자가 나서지 않는다면 악몽은 되풀이 될 것이고 천국이어야 할 가정이 지옥이 되면 피해자인 여성이 아들을 미래의 폭력남편으로 만들어내는 비극이 되풀이 될 지도 모른다.
안심하고 신고할 수 있도록 우리사회가 여성들을 보호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들의 범죄를 예방하고 감시하는 일에 총력을 쏟아야 할 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