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도해의 물빛과 예술의 향이 어우러진 도시, 통영이야기 2

통영을 한국의 나폴리라고 부르는 이유는 도시의 항구이자 다도해의 많은 섬으로 가는 출발지이기 때문이다. 통영이 품고 있는 섬 곳곳에는 아름다운 바다 풍경과 굽이굽이 천혜의 설경이 숨어 있다.

필자는 통영이 보유한 570 여개의 섬 중에 대표적인 한산도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진 비진도 그리고 소매물도를 우선 둘러보기로 한다.

먼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한 도심의 아름다운 섬 한산도로 출발한다.

430여 년 전, 한산대첩이 일어난 역사적인 섬, 한산도

통영은 한려수도의 중심지이고 이충무공의 흔적이 도시 곳곳에 서려 있다. 특히 한산도는 한산면의 본섬으로 29개 섬 중에 가장 큰 섬이고 한산대첩의 *학익진법으로 승전을 이룩한 곳으로도 유명한 통영의 대표적인 섬으로써 통영여객터미널에서 배로 20여 분 통영의 턱밑에 있다.

*학익진(鶴翼陣) : 부채꼴 모양으로 적을 감싸는 진법의 하나로 동양과 서양, 옛날과 오늘날 모두 두루 쓰이는 전술의 하나이다. 학이 날개를 편 모양과 비슷하다고 해서 학익진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 등의 해전에서 사용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위키백과 참조)

한산도는 충무공 이순신 장군 휘하의 삼도수군통제영이 자리했던 곳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왜군 함대를 이곳 앞바다에서 궤멸시켜 한산도대첩을 승리로 이끈 역사적인 장소이기도 하다. 학익진과 거북선의 위력으로 승리한 한산대첩은 세계 4대 해전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한산도 = 김영통 제공]
[한산도 = 김영통 제공]

한산도라는 명칭은 섬에 큰 산이 있다는 데에서 한 뫼(큰 뫼)라고 부르던 것이 한산으로 변하였다고 전해진다. 혹은 통영 앞바다에 한가하게 떠 있는 섬에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다

푸른 숲과 옥빛 바다가 어우러지는 1km의 해안 길은 평화롭고 경건하게 *제승당으로 이어진다. 충무공을 생각하며 걷는 제승당 길은 치열하고도 아름답다.

*제승당 : 경상남도 통영시 한산면 한산도에 있는 조선시대 충무공 이순신 관련 사당. 사적. (한국민족문화대백과 참조)

[한산도 제승당으로 가는 길 = 김영통 제공]
[한산도 제승당으로 가는 길 = 김영통 제공]

한산도 제승당 앞에서 이순신 장군이 한산도에서 전투를 벌이게 된 배경과 천혜의 요지라 불리는 한산도의 지리적 상황을 살펴보며, 당시 이순신 장군의 위대함에 숙연한 마음이 든다.

한산도 제승당은 이순신 함대의 사령부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에서 한산대첩을 거두었듯, 승리를 만드는 집이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한산도 제승당, 충무사 유적지 = 김영통 제공]
[한산도 제승당, 충무사 유적지 = 김영통 제공]

제승당과 수루, 충무사, 한산정 등 충무공의 유적지는 많은 사람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고 있다. 한산대첩의 현장, 이곳 한산도는 이순신 장군의 흔적을 순례하는 여행으로서도 큰 의미가 있다.

한산섬 달 밝은 밤에 수루(戍樓)에 홀로 앉아

큰 칼 옆에 차고 깊은 시름 하는 차에

어디서 일성호가(一聲胡笳)는 나의 애를 끊나니

한산섬 앞바다를 조망하는 수루에 필자도 홀로 앉아 다도해를 내려다보니, 충무공의 거침없는 기개와 더불어 인간 이순신의 가족을 향한 그리움이 절절히 느껴진다.

[한산도 수루에 홀로 앉은 필자 = 김영통 제공]
[한산도 수루에 홀로 앉은 필자 = 김영통 제공]

···왠지 까닭모를 쓸쓸함과 깊은 연민(憐憫)이 필자의 가슴을 파고든다.

남해 특유의 맑고 파란 바다와 뛰어난 풍광의 해수욕장을 품은 보배로운 섬, 비진도(比珍島)

비진도는 견줄 비()에 보배 진()을 쓴다. 보배에 견줄 만한 섬이란 뜻이다. 비진도는 두 개의 섬인 안 섬, 내항과 바깥 섬, 외항이 하나로 연결돼 있다. 해안선 길이만 9km인 비진도는 최고봉이 외항산으로 해발 311m이다. 통영항에서 약 14km 정도 떨어져 있다.

조선시대 때 이순신 장군이 비진도 앞바다에서 왜적과 전투를 벌여 승리한 보배로운 곳이라는 뜻에서 비진도라 했다라고 전해진다. 비진도의 또 다른 이름은 미인도’ 이다.

통영에서 출발한 여객선이 내항을 지나 외항에 도착한다. 평범한 어촌 마을이지만 마을을 조금만 돌아보면 섬 삶의 애틋함에 감성이 촉촉해짐을 느끼게 된다.

[비진도 = 김영통 제공]
[비진도 = 김영통 제공]

비진도 해변은 백사장이 길게 뻗어나가다 잘록해지면서 개미허리 모양을 하고 있으며, 모래가 부드럽고 수심이 얕은 데다 수온이 알맞아 여름철 휴양지로는 최적지이다. 남국의 바다가 넘실대는 해변을 품고 있다.

해수욕장 주변에는 아름다운 섬들이 감싸고 도처에서 낚시를 함께 즐길 수 있어 일석이조의 휴양지이기도 하다.

비진도 여행의 절정은 선유봉(313m) 정상에 올라서서 내려다보는 전망이다.

필자는 외항마을에서 선유봉에 정상에 오르고 반대편인 수포마을 쪽으로 내려가는 트래킹 코스를 선택한다. 선유봉까지 오르는 구간은 제법 가파르고 숨이 차지만, 이 길의 매력은 빼어난 전망에 있다. 한려해상 국립공원 바다백리길 중 아름답기로 손꼽히는 산호길이 비진도의 섬을 타고 흐른다.

[선유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진(미인)도 전망 = 김영통 제공]
[선유봉 정상에서 바라본 비진(미인)도 전망 = 김영통 제공]

미인전망대에서 바라본 안섬‘ 바깥 섬을 연결하는 모래시계 형상과 비진도 해수욕장은 가히 압권이다.

이곳에서는 비진도 해변은 물론 학림도, 미륵도, 한산도, 용초도, 추봉도 등 통영의 섬 무리가 수평선을 따라 겹으로 집결해 있는 아름다운 모습도 조망할 수 있다.

[비진도 해수욕장 = 김영통 제공]
[비진도 해수욕장 = 김영통 제공]

다소 힘든 산행이었지만, 탁 트인 전망이 충분한 보상이 되었다.

! 푸른 바다 그리고 아름답고 위대한 산의 정상(頂上)!

섬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자연 그대로의 풍경'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맑은 바다와 푸른 산, 그리고 섬 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풍경은 여행의 가치를 더욱 높여준다. 통영의 섬은 도시 속에서 느낄 수 없는 여유와 행복을 주고 있다.

통영 8경 하루 두 번,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는 등대섬, 소매물도(小每勿島)

한려수도의 보물이자 해안 절벽과 등대섬이 절경을 이루는 소매물도는 통영항에서 남동쪽으로 26km 해상에 자리 잡고 있는 조그만 섬이다. 배편으로 통영여객선터미널에서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된다.

매물도, 소매물도, 등대섬을 통칭해 매물도’ 라 하고, 소매물도는 옛날 매물도 인근의 대항, 당금부락에서 매물(메밀)을 많이 생산하였다 하여 일컬어진 지명(1934년 간행 통영군지에는매미도로 되어 있음)인데, 매물도 옆에 있는 작은 섬이라 하여 소매물도라고 한다.

소매물도는 1980년대에 쿠크다스 과자 CF의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쿠크다스’ 광고 촬영으로 유명해진 일명 쿠크다스 섬’ 이라고도 한다.

소매물도 항의 본섬과 하루 두 번 바다 갈라짐 현상으로 길이 연결되는 등대섬은 통영 8경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의 기암괴석과 총석단애(叢石斷崖)가 특히 절경이며, 썰물일 때는 소매물도와 등대섬 사이에 기적 같은 신비의 바닷길이 열린다.

[열못개(몽돌길) 바닷길이 열리기 전과 열린 후의 모습 = 김영통 제공]
[열못개(몽돌길) 바닷길이 열리기 전과 열린 후의 모습 = 김영통 제공]

필자는 신비의 바닷길, 약 50m의 열목개’ 라는 몽돌(자갈) 길을 통해 걸어서 아름다운 등대섬에 갈 수  있었다. 등대섬은 문화관광부에서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고 사람들이 건너는 전경 = 김영통 제공]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고 사람들이 건너는 전경 = 김영통 제공]

필자는 등대섬을 기점으로 열목개등대섬후박나무군락지남매바위전망대선착장으로 이어지는 바다백리길 총 3시간의 트래킹에 도전한다. 이곳의 해안은 기암괴석과 깎아지른 절벽이 요새처럼 이어져 남해안 비경 중 으뜸으로 손꼽힌다.

[소매물도 전경 = 김영통 제공]
[소매물도 전경 = 김영통 제공]

트래킹 중에 만난 동쪽 해안 절벽에는 진시황의 신하가 불로초를 구하는 여정 중 아름다움에 반해 '서불과차(서불 일행이 이 장소를 지나갔다)'라고 새겨놓았다는 바위가 자리 잡고 있었으며, 해안 절벽을 따라 주상절리, 해식동굴 등 다양한 해안지형이 절경이 탄성을 자아낸다. 절벽과 트래킹이 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트래킹 중에 만난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김영통 제공]
[트래킹 중에 만난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김영통 제공]

3시간의 트래킹 코스는 쪽빛 바다와 섬 주변의 기묘한 갯바위들이 아름다움의 극치를 이루고 있었으며, 섬 전체가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경이다. 넓고 푸른 바다와 언덕 위의 하얀 등대가 있는 소매물도의 아름다운 풍광에 잠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김영통 제공]
[소매물도 등대섬 전경 = 김영통 제공]

서둘러, 통영항 출발 마지막 배에 오른다.

배는 소매물도에서 멀어지고 있다. 갈매기들도 점차 사라지고 선실 창문에 말라붙어 있는 소금기 가득한 바닷물과 적당한 높이로 출렁대는 배의 요동까지 선실의 모든 것이 익숙해지자 갑자기 피로가 몰려온다.

늦은 시간 통영항에 도착했다···

[통영항(강구안) 전경 = 김영통 제공]
[통영항(강구안) 전경 = 김영통 제공]

한려수도 남해의 아름다운 항구도시, 문화와 예술이 파도처럼 춤추는 이곳, 통영과 그 바다에 뿌려진 보석 같은 섬들... 바람과 파도가 그려내는 그림 같은 풍광을 눈에 가득 담고 섬 여행을 마쳤다.

여행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하는 것이다. 특히 섬 여행’ 은 특별한 매력이 있다. 푸른 바다, 아름다운 산과 자연을 만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번 섬 여행은 오롯이 필자와 침묵이 함께한 고요의 시간이었다. 혼돈(混沌)의 세상 속에 천금 같은 고독(孤獨)의 시간을 보냈다. 긴 고독의 시간이 지나자 평온(平穩)이 느릿느릿 다가왔다. 그래서 이번 여행은 혼돈 속에 발견한 보물이었다.

고요함은 단순한 침묵이 아닌 마음의 평온이다. 이번 섬 여행을 통해 내면을 돌아보았고, 삶의 진정한 가치와 인생을 헤쳐갈 힘을 얻었다.

마치, 처음부터 고독을 핑계로 평온을 찾아 떠난 섬 여행인 것처럼···

멀리 저 아래, 바다는 잠긴 호수같이, 물감을 풀어 놓은 것같이 푸르고 평온하다.

그때,

어디선가 ’ 하고 불어온 부드러운 바람 속에 실려 온 통영의 바다’ 가 가슴에 한가득 밀려 들어왔다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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