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투금(兄弟投金)’의 설화가 주는 교훈
환공이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첫째 인물이 된 이유
논어의 ‘양이득지讓以得之’_ 구하지 않음으로써 얻어지는 것

환공(桓公)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인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제(齊)나라의 재상, 관중(管仲)의 초상 : 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진 제공
환공(桓公)을 춘추오패의 첫 번째 인물로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한 제(齊)나라의 재상, 관중(管仲)의 초상 : 위키미디어 커먼즈 사진 제공

 

민간에 전승되는 형제투금(兄弟投金)’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이 설화는 인도에서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전파되고 국내 여러 지역에서 다양하게 변이되어 전승되었다.

[형제가 함께 살고 있는데 가난하기 그지없어 15년 후에 다시 만나기로 하고 헤어졌다. 각기 돈을 벌어서 다시 만나기로 한 것이다. 형은 금광으로 가고 동생은 머슴살이로 들어갔다.

 

고생 속에서 어느덧 15년이 지나갔다. 만나기로 한 날 동생은 큰돈은 아니지만 그동안 모아놓은 새경을 가지고 나오고, 새경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형은 금광에서 금덩어리를 훔쳐서 나왔다. 마침내 약속 장소에서 다시 만난 형제는 두 사람이 함께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선다.

 

형은 동생에게 금덩어리를 지워 주고 길을 가는데, 동생에게 악심을 품게 된다. 동생을 죽이고 그 금덩이를 혼자 차지하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것이다. 형은 자기가 금덩어리를 지고 가겠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형을 좇아가던 동생 역시 형에게 악심이 생겨난다. 그러던 중 두 사람은 고개 위의 서낭당에 이르러 잠시 쉬어가기로 한다.

 

쉬면서 형은 이걸 가지고 가면 네가 죽든지 내가 죽든지 하나가 죽어라고 동생에게 말한다. 그러자 동생도 형의 뒤를 따라가며 느꼈던 충동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동생은 금덩어리를 버리고 갑시다라고 제안한다. 형도 고민 끝에 그러자고 동의한다. 형제간의 우의가 상할 것을 염려한 것이다.

 

아쉬운 마음이 없지는 않았지만, 형제는 다시 부지런히 길을 간다. 그런데 얼마 후 서낭당에 벼락이 치면서 나무가 부러진다.

 

세월이 한참 지난 후 형제에게 서낭당 고개를 다시 갈 일이 생긴다. 예전에 금덩어리를 두고 간 장소에 가보니 금덩어리가 반으로 갈라져 있었다. 형제는 그것을 하나씩 가지고 가서 오랫동안 사이좋게 마음 변하지 않고 부자로 잘 살았다고 한다.]

형제투금이라는 이야기의 핵심은 투금이다. 금을 버림(投金)으로써 더 큰 것을 얻을 수 있었다는 이야기다. 형제는 금을 버리고 우애를 얻었다. 그런데 형제의 우애를 지키기 위해서 금덩어리를 버린 것 같지만, 그보다는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고 할 수 있다.

 

금덩어리를 버린 것은 생존을 위해서였던 것이다. 형제는 금덩어리를 버림으로써 목숨을 보전하고 더불어 형제간의 신뢰도 우애도 지킬 수 있었다.

 

좀 더 시야를 넓혀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될 수 있을까.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의 일이다. ()나라가 노()나라와 싸워 이긴 후, 노나라의 땅 수()지역을 할양받기로 하고 강화의식을 거행하고 있을 때였다.

 

제 환공(齊 桓公)이 앉아 있는 단상 위로 한 무사가 뛰어 올라와 환공의 목에 비수를 들이대며 외쳤다.

 

비옥한 땅 수 지역을 빼앗기면 우리는 굶어죽는다. 수를 빼앗지 않겠다고 약속하시오.” 그는 노나라의 장군 조말(曹沫)이었다.

급습을 당한 환공은 조말의 요구에 동의하는 것 외에 다른 수가 없었다.

 

조말이 돌아간 후 환공은 참모인 관중(管仲)을 불러들였다. 그리고는 조말을 당장 잡아들이라고 했다. 또한 협박에 의한 약속은 무효이니 수 지역을 다시 접수할 것을 선언하라고 했다.

 

그러나 관중은 비록 협박에 의한 것이기는 하지만 약속을 지키십시오. 그러면 다른 제후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습니다. 신뢰를 얻으면 천하를 얻는 것입니다.” 라고 진언을 했다.

환공은 관중의 조언에 따라 조말을 살려주고 그와의 약속도 지키기로 했다.

 

그 후 2년이 지나 남방의 강국 초()나라가 움직여 북진을 시작했다. 북방의 제후들은 초나라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견()이라는 지역에서 회동했으니, 이것이 기원전 679년의 견의 맹회이다.

여기서 제후들은 지키지 않아도 될 약속도 지켰던 환공을 신뢰하여 그를 총사령관으로 추대했다. 환공이 춘추오패(春秋五覇)의 첫 번째 인물이 되는 연유이다.]

환공은 눈물을 머금고 다 얻은 수 지역 땅을 포기했다. 억울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환공은 자신의 권리를 포기했다. 하지만 자신의 권리를 버림으로써 더 큰 것을 얻었다.

 

그는 욕심을 버림으로써 사람들의 신뢰를 얻었다. 평범한 제후에서 큰 인물이 되었다. 재물과 권세만을 추구하는 자는 평범한 제후에 그친다. 하지만 큰 인물이 되려는 자는 재물과 권세를 사양할 줄 안다. 자기중심적인 욕망을 통제할 줄 안다. 그러니 명예나 신뢰가 훨씬 얻기 어려운 가치일 것이다.

 

남태평양지역에서는 원숭이를 잡기 위해 코코넛에 작은 구멍을 내고 그 안에 땅콩을 넣어 나무에 매어둔다. 그러면 냄새를 맡은 원숭이가 다가와 코코넛 안에 손을 넣어 땅콩을 움켜쥔다. 그런데 일단 주먹을 쥔 손은 그 구멍을 빠져나올 수가 없다. 손에 쥔 땅콩이 아까워서 바둥대던 원숭이는 결국 주먹을 쥔 채로 사냥꾼에게 잡히게 된다.

사람이든 원숭이든 손을 움켜쥐고 펼 줄 모르면 오히려 잃게 된다. 손을 펴야 할 때 펼 줄 알아야 진짜 소중한 것을 얻을 수 있다.

 

논어 학이(學而)편에 양이득지讓以得之라는 말이 있다. 사양함으로 얻는다는 뜻이다. 구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얻게 된다는 뜻이다.

버림으로써만 얻어질 수 있는 덕목이 있다. 사람의 마음이 바로 그렇다. 사람들로부터 진정한 믿음과 신뢰를 얻고자 한다면, 환공이 땅을 포기하듯이, 형제가 금덩어리를 버리듯이 포기하고 버리는 것의 차원을 알아야 한다. ‘나의 것을 움켜쥐고 포기하지 않으려는 자세로는 절대로 얻어질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의 마음이고 신뢰라는 덕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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