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시골의 마을 주치의
지역적 특성에 맞는 맞춤 건강 교육
주산2리 경로당, 20여명의 경로당 회원.
대부분 80대 고령이신 경로당 회원들, 몸도 마음도 마음대로 되지 않는 나이지만 무언가를 배우려는 열정은 여느 젊은이 못지않다. 하지만 고령이기에 언제나 위급한 상황이 될 수 있다.
오늘은 이분들에게 건강한 노년을 위해 호저 보건지소와 보건진료소(고산,산현)에서 교육을 나왔다
상위 기관에서 다양한 교육을 하지만 호저면에 위치한 경로당 어르신들의 지역적 특성을 살피고 맞춤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세 명의 소장이 팔을 걷어붙인 것.
고산보건진료소 전연희 소장의 치매 교육을 기자도 열심히 들었다.
교육이 끝난 후 고산리 지역 주민의 병원(^^), 고산보건진료소를 찾았다.
Q1 소장님 소개를 부탁드려요
고산보건진료소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고산 보건진료소장, 전연희입니다
Q2 고산보건진료소는 어떤 곳인가요?
고산보건진료소는 아름다운 섬강이 흐르는 광격리, 고산리, 옥산리를 관할구역으로 하며 보건진료소장 1인이 근무하면서 900여명 주민들의 일차 의료와 건강프로그램 운영, 건강상담 등을 제공하는 의료기관입니다.
Q3 이곳에서 오래 근무 하셨는데, 특별히 기억나는 환자가 있을까요?
벌에 쏘여 아나필락틱 쇼크가 왔던 분으로 보호자 분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보건 진료소에 환자분을 모시고 오셨고 제가 응급조치를 하고 119구급차도 함께 타 병원까지 동행했던 분이 생각납니다. 병원 응급실까지 함께 가면서 응급처치 내용을 전달하고 버스를 타고 보건 진료소로 되돌아왔습니다. 보호자 분께 전화상으로 안부를 물으니 30분만 늦었어도 돌아가실 수도 있었다라는 의사의 말을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때 정말 간담이 서늘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분은 지금도 건강하게 잘 계시며 가끔 농담으로 생명의 은인이라고 하십니다. 시골의 경우 구급차가 오는 시간만 2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구급차가 오기 전까지 환자를 돌보고 악화하지 않도록 응급상황을 대처하여야 합니다.
응급상황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혼자 근무하다 보니 응급대처가 무척이나 어렵고 힘듭니다
Q4 보건 진료소에 근무하며 힘들었던 것은 무엇인가요?
말씀드린 것처럼 혼자 근무하다 보니 응급대처가 어렵습니다. 보건 진료소는 시골에 있어 거동이 불편하고 차가 없는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합니다. 처음엔 어르신들과 친해지려 애썼으나 그분들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부딪치는 부분도 많았습니다. 저는 원칙대로 하려고 했었고 어르신들은 저에게 융통성을 원했습니다. 하지만 의료행위를 하는 기관인 만큼 융통성보다는 원칙이 더 중요했기 때문에 처음엔 서로 힘들었을 거라 생각됩니다. 어르신들을 좀 더 이해하고 알아가기 시작한 게 3년~ 5년 걸렸던 것 같습니다. 시간이 지나니 본인이 살아온 인생 여정, 현재의 고민, 가족관계의 어려움 등을 편하게 말씀해 주시기 시작했습니다. 10년 차인 지금은 어르신들도 저의 업무를 좋아해 주시고 잘 따라 주시며 저도 많은 부분 어르신들을 이해하게 되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보건 진료소는 리 단위에 소재해 있는 가장 하위의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독거노인이나 고령의 어르신들은 편하게 보건 진료소에 오셔서 우편물이 무슨 내용인지 물어 보시거나 세탁기가 작동이 안 될 때, 핸드폰이 안 될 때, TV가 안 나올 때 그리고 통장 확인까지 일상생활에 사소하지만 혼자 해결하기 힘든 부분에 대해 보건 진료소로 연락하십니다. 그만큼 보건진료소장을 믿는다는 거겠지요. 지역 주민과의 이런 신뢰 속에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Q5 새로이 계획하는 마을 특성화 사업이 있을까요?
원주시 보건소 자체에서 운영하는 사업도 있습니다만 이곳 마을 주민들을 위해 여러 사업들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현재 호저면 보건지소와 산현, 고산 진료소가 힘을 합하여 호저면에 위치한 경로당 어르신들에게 ‘건강한 경로당 만들기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치매인지 선별검사와 건강 상태 모니터링, 건강프로그램 및 문화 활동을 진행합니다. 저는 치매에 대한 교육을 담당하였는데요, 치매가 무엇이며 어떻게 발병하는지 등 좀 더 구체적인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Q6 전연희 소장님의 바램이 있다면?
이처럼 보건 진료소가 주민과 가까이 지낼 수 있는 순기능이 잘 활성화되어 보다 많은 어르신의 건강복지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Q7 저희 매체를 통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원주시 보건 진료소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각지의 보건진료소장님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근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혼자 근무하다 보니 누군가의 인정이 필요할 때나 혼자 해내야 하는 부담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런 시민들의 관심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전연희 소장은 2014년 보건진료직으로 고산보건진료소에 근무를 시작했다. 두 아이를 고산초등학교에 보내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폐교 위기를 넘겼다. 마을 사람들의 경조사와 마을의 대소사에 함께하며 나이는 어리나 이야기를 들어주는 마을의 어른이 되었다. 경로당의 점심때면 어김없이 점심을 먹으러 불려간다. 경로당 어르신의 지난밤부터 아침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일차의료기관의 소장으로 마을 사람들 몸 건강뿐만 아니라 마음의 건강까지 돌보고 있다. 언제든 그녀의 전화가 열려 있어야 한다. 항상 그녀는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전연희 소장의 마을에서의 위치가 절로 짐작이 된다.
많은 진료소 소장들의 수고로움을 알기에 아직(?) 젊은 그녀는 인터뷰에 부담스러워했다. 하지만 기자가 고집을 부렸다. 아담하고 조용한 시골 진료소는 낭만만 있는 곳이 아니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그 수고스러움에 독자들과 시민들이 함께 위로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긴 시간 마을과 함께한 전연희 소장에게도 듬직한 대가가 주어졌으면 좋겠다라는 기자의 사사로운 기대도 적어본다. 전국의 보건진료소장님, 고맙고 파이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