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사람들 시리즈 3(스승의날 특집)

우연한 기회에 접한 일본어 강의가 보람 있고 적성에도 맞아···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민간교류의 시작, 민간교류의 확대가 양국의 미래 발전 초석
어학은 자신감이 중요,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 내어 말하는 연습을 꾸준히 하도록···
‘혼네(本音)’와 ‘다테마에(建前)’는 예의를 중요시하는 일본인의 관습문화

최근 개봉한 일본 애니메이션 스즈메의 문단속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최고의 흥행 기록을 한 달 만에 갈아치웠고 500만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1998년 일본 대중문화 개방 이후 국내에서 정식 개봉한 일본 영화·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역대 흥행 1위 기록이다.

신카이마코토 감독은 문을 중요하게 사용한 도깨비가 내게 영감을 주었듯이, 일본인은 한국 드라마를 즐기고 한국인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 이것이 서울과 도쿄의 미래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국과 일본의 정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있지만 문화적으로는 서로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코로나의 어둠에서 벗어나면서 한·일 간의 문화교류가 더욱 활기를 띠고 있다.

·일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정부뿐만 아니라 민간의 역할과 비중도 적지 않다. 오랜 기간 한국의 역사과 전통을 알리고 일본 문화를 우리에게 전하는 등 한국과 일본의 우호 협력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민간 외교관 김명화 일본어 강사를 만났다.

다음은 일문일답

- 안녕하세요. 저는 오늘 인터뷰를 진행할 강원도 대표 언론사 투데이피플의 김영통 기자라고 합니다. 우선, 간단하게 본인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15년째 일본어 강사로 일하고 있는 김명화라고 합니다. 현재는 원주에서 일본어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사진 = 김명화 강사  본인 제공]
[사진 = 김명화 강사 본인 제공]

- 선생님은 대학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특별히 일본어 학과를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또한 졸업 후 일본어를 가르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처음에는 단순하게 취업을 위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전공 수업을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일본문화와 역사에 대한 관심이 늘어갔습니다. 다행히 졸업과 동시에 일본계 무역회사에 취직하였습니다.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지인의 부탁으로 일본어를 지도할 기회가 있었는데, 보람도 있었고 제 적성에 맞았던 것 같았습니다. 이후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 오랫동안 한일 우호 협력을 위해 일본어 강사 등 다양한 민간교류 활동을 하였다고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주요 경력이 궁금합니다. 또 지금은 어디서 강의하고 있나요?

일본계 무역회사에 근무하면서 한·일 무역 업무는 물론 통·번역 실무를 담당했습니다. 업무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일본인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들을 통해 일본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일상을 구체적으로 접하게 되었지요.

일본은 한국인의 삶에 일본인이 갖는 의미, 일본인의 삶에 한국인이 갖고 있는 의미가 매우 다릅니다. 저와 업무적으로 접했던 일본사람 일부는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왜곡된 시선으로 바라보고 무조건 나쁘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점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편견을 가진 일본인이 한국 문화를 체험하고 역사를 배우는 과정에서 서로를 이해하는 폭이 넓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만남이 민간교류의 시작입니다. 저는 오랜 시간 다양한 방법으일본인들에게 한국의 문화를 제대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며, 이런 개인의 작은 노력들이 서로의 오해와 편견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원주교육문화관, 원주시 노인종합복지관, 판부 생활문화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기초부터 상급까지 일본어 회화를 강의하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원주의 중학교에서 방과후수업과 자유학년제 수업을 지도하고 있습니다.

문화센터는 주로 어르신들이 수업 대상입니다. 80세가 넘는 고령자께서 제 수업을 열심히 경청하고 따라오는 모습을 보며 큰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모두가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더 큰 기쁨을 누리고 있습니다.

- 요즘 일본어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일본어를 처음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한 효과적이고 단계적인 학습 방법을 알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일본어는 한국말과 어순이 같아서 다른 언어에 비해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체계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한다면 누구나 일상적인 회화가 가능합니다.

단계별 학습 방법을 간략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일본어의 기본적인 읽기와 쓰기가 가능하다는 가정하에) 듣고 말하기 중심으로 습득하기 위하여 책에서 눈을 떼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대화 형식의 음원을 듣고 따라 하는 훈련을 반복해야 합니다. 책을 통해 해석하고 암기하는 방법은 독해에는 도움이 되지만 회화를 익히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학은 자신감이 가장 중요해요. 간단한 말이라도 꼭 입 밖으로 소리를 내어 말을 해야 합니다. 두려워하지 말고 소리를 내어 말하는 연습을 되풀이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자신감이 생깁니다.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일본 드라마나 뉴스 등 짧은 동영상을 시청하면서 대사를 따라 하는 것이 좋은 방법입니다. 동영상에 나오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반복적으로 따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꾸준히 연습하면 어휘력은 물론 일본인다운 일본어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일본어는 독학으로도 충분하지만, 이처럼 단계적인 학습 방법을 익히면 효과적이고 체계적으로 그리고 즐겁고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습니다. 간단 하지만 위 방법을 적극적으로 추천합니다.

[원주 교육문화관 일본어 중급과정 수업 사진 = 김영통 기자 제공]
[원주 교육문화관 일본어 중급과정 수업 사진 = 김영통 기자 제공]

- 일본 유학을 준비 중인 학생 또는 일본 취업을 준비 중인 분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가 있을까요? 유용한 사이트가 있다면 알려주세요.

일본에서의 유학과 취업은 일본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일상입니다. 간단하게는 인사말부터 음식, 예절, 관계, 습관 등 다양한 상황을 접하게 됩니다.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충돌하기보다는 그 나라의 관습과 문화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것이 중요합니다.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는 마음을 가지고 생활한다면 일본에서 유학과 취업에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어와 일본문화, 현지의 소식 등 유용한 정보가 있는 사이트를 소개 해드립니다. 참고하시기를 바랍니다. 월간 일본어 저널(https://m.post.naver.com/njdarakwon), 일본 정부관광국(https://www.japan.travel/ko/kr/)

[원주 교육문화관 일본어 수업 사진 = 김명화 제공]
[원주 교육문화관 일본어 수업 사진 = 김명화 제공]

- 선생님이 생각하는 일본은 어떤 나라인가요? 여행객들을 위하여 꼭 추천하고 싶은 지역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일본인은 속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 봤을 것입니다. 일본어에 혼네(本音)’다테마에(建前)’라는 말이 있어요. 혼네는 진심이 담긴 속마음을 다테마에는 겉으로 표현하는 마음을 말합니다

일본인들은 속마음을 겉으로 쉽게 드러내지 않는데, 이는 일본인들이 겉으로 보이는 예의를 중요시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일본인들의 관습문화에서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며 동시에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이것이 한국인에게는 표리부동으로 보이죠.

또한, 일본인들은 친해지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편입니다. 한국인들처럼 너무 갑자기 친해지려고 하면 부담을 느낄 수 있으니, 조금씩 시간을 두고 천천히 다가가도록 하고, 가까운 사이일수록 사소한 부탁이나 요구는 삼가는 것이 좋습니다.

유명 관광지 외에 소박한 동네, 학교 캠퍼스 그리고 지역의 재래시장을 추천합니다. 도쿄에서 유일한 노면전차인 도덴 아라카와선을 타고 아라카와구 미노와바시역에서 신주쿠 와세다역 까지 약 30개 정도의 역을 지나며, 창밖을 통해 바라보는 감성 여행을 적극 추천합니다. 중간에 마음에 드는 곳이 있으면 내려서 현지인처럼 동네를 마실 하는 것도 권해드립니다

- 최근 한·일 관계가 급속도로 개선되고 비자 문제가 해결되면서 일본을 찾는 여행객이 많이 늘었습니다. 젊은 층이 하이볼을 즐기면서 일본 위스키 산토리는 국내에서 구하기도 어렵다고 합니다. 문화적으로도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급속도로 민간교류가 확대되는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또한 한·일 관계의 신뢰와 협력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선생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한국과 일본은 경제적·문화적으로 밀접한 관계에 있기 때문에 교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젊은 층에서 일본식 주류문화, 애니메이션 등이 유행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소주, 막걸리, K-드라마, K-웹툰, K-엔터테인먼트 등 한류 문화가 성행하는 것은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고 발전하기 위한 당연한 교류라고 봐야겠죠.

하지만, 양국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전제되지 않고, 무비판적인 수용이나 추종은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문화가 한국보다도 훨씬 더 상업적이고 선정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일본을 지나치게 동경하거나 극단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게 되면 무척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한국은 이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나 세계 10위 안에 드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앞으로는 과거의 시각으로 눈치만 보며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요구할 것은 요구하고 받아낼 것은 받아내는 동등한 입장에서 협상하는 한국이 되어야겠죠.

제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일본 문화에 대해서는 한국문화에 어울리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해서 받아들이라고 얘기합니다.

- 선생님은 취미활동과 여가를 어떻게 보내시나요? 선생님께서 꼭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면? 끝으로 원주시민에게 선생님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남는 시간에는 일본 영화나 드라마를 즐겨 보고 있어요. 그리고 가끔 한적한 곳에서 캠핑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나무 사이로 파란 하늘을 올려보고,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바람 소리를 들으며 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합니다.

조그만 개인 사무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문화가족에게 한국어도 가르치고, 함께 어학 공부도 하고 음악도 듣고 차도 마실 수 있는 문화교류를 위한 작은 커뮤니티 공간이 있으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 같아요. 다문화가족 아이 중에 한국에 적응하지 못해 학교생활이 어려운 아이들을 보면서 가슴이 아팠어요. 이런 다문화가족에게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최근 관광을 목적으로 일본을 방문하시는 분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유서가 깊은 일본의 관광지를 여행하면서 이국적이고 예쁜 풍경뿐만이 아니라 유적에 담긴 이야기와 한반도와 교류했던 역사도 찾아보면 더 유익한 여행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한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일본만이 가지고 있는 특유한 관습 문화를 미리 알고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질서를 잘 지키고, 휴지를 함부로 버리지 않는 등 일상적이고 기본적인 에티켓은 꼭 지키라고 부탁드립니다. 대한민국 여권은 여러분의 얼굴이자 한국을 대표하는 간판과도 같습니다해외에 있는 여러분 모두가 민간 외교관 이기 때문입니다.

- 긴 시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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