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산 마을에 숨은 고수 김남규 시인을 만나다.
“원주시 공산 마을에 가보셨습니까?”
“원주에 그런 마을이 있나요?”
“왜 하필 공산이야?”
“그러게 말입니다.”
공산 마을은 깔딱 고개를 하나 넘어야 만나게 된다. 마치 어느 집단의 요새처럼 꼭꼭 숨겨진 마을. 복숭아꽃이 만발한 여럿의 농장들과 40여 가호가 모여 있는 마을. 마치 무림고수茂林高手의 휴식처럼 김남규 시인은 복숭아꽃을 따고 있었다.
Q : 난생처음 이곳을 와봤는데 마을 전체가 마치 바구니에 담아놓은 꽃마을 미니어처 같아요. 이 아름다운 곳에서 복숭아 농장을 운영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요?
A : 여기는 제 고향입니다. 진광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주대를 다녔습니다. 대학 생활 중간에 부모님께서 하시던 농장에 복숭아나무를 심기 시작했습니다. 힘도 들었지만, 이제는 모양새를 갖춘 “햇살이 머그믄 농장”이 되었지요. 올해로 23년 차 농부입니다.
Q : 복숭아 하면 다른 지방에서도 흔히 나는 과일인데‘치악산 복숭아’는 원주시의 특산품 중 대표 특산품이라 알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A : 복숭아 농장은 전국에 산재해 있지만 원주 ‘치악산 복숭아’는 농장들이 태백산맥 자락에 위치하고 있어서 일조량이 풍부하고, 구릉지역이라 배수가 잘됩니다. 밤낮의 온도차도 있어서 식감이 좋고 당도도 높습니다. 그리하여 복숭아 하면 원주지요.
Q : 요즘은 마을마다 연로하신 분들이 많은데, 뵈니까 한창 청춘(?)이신데 이 마을 숨은 일꾼이실 듯합니다. 공동체를 위하여 하시는 일도 있나요?
A : 2011년부터 지금까지‘치악산 복숭아 연구회’회장직을 12째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2018년부터 2년간‘치악산 '복숭아 연합회'회장을 했습니다. 아무래도 젊다 보니 이런저런 일을 돕고 있습니다.
Q : 시를 쓰는 시인이라 알고 있는데 그 많은 일을 하시면서 시는 언제부터 쓰셨고, 또 언제 시를 쓰는지요?
A : 새벽에 일어나 시도 쓰고, 블로그에 글도 올리다 해가 뜨면 농장에서 일을 합니다. 책을 읽거나 시상에 잠기는 시간은 주로 농장에서 잠시 쉴 때 틈틈이 하는데 시는 그냥 시시하게 끄적거리는 정도입니다.
Q : 본격적으로 시 창작 활동을 생각해 보지는 않으시는지요?
A : 55세쯤에 첫 시집 발간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때쯤엔 사회적기업 형태의 카페를 운영하며 문학에도 집중하면서 복숭아에 대한 연구도 더 하면서 지내자고 제 자신에게 일러두곤 합니다.
Q : 네, 아주 멋진 미래를 계획하고 계시네요. 그 꿈이 이루어지면 그 카페가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공간이 될 듯싶네요. 그리고 ‘치악산 복숭아’의 명성도 더 높아질 테고.
A : 그렇게 되기까지 힘든 일도 있겠지만 열심히 노력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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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규 시인은 정식 등단을 하지 않았다고 극구 시인이란 호칭을 민망해했다. 무슨 말씀! 시인이 뭐 별난 사람인가? 매일 시를 쓰고, 매일 책을 읽으니 그는 분명 시인이다. 어떤 통과의식을 거치고도 시를 쓰지 않으면서 시인을 자처하는 사람들은 참 많다. 어쩌면 그들은 전직 시인이 아닐까?
호탕하고, 배려심 깊은 모습을 언뜻언뜻 보면서 원주의 그리고 공산 마을의 보배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남규 시인, 김남규 농부님을 응원하면서 돌아오는 길, 문득 쓸쓸해지는 날엔 공산 마을 한 바퀴 돌아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낭만적입니다.
농부의 마음에 따라 농작물도 달라진다고 하던데
복숭아가 맛있는 이유가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