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양리 마애불좌상은 고려시대 불교조각 연구의 기준 작품

                              치악산 입석대. 입석사에서 바라본 입석대는 네모꼴 형태로 보인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치악산 입석대. 입석사에서 바라본 입석대는 네모꼴 형태로 보인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수년전에 치악산 황골 입석대를 지나서 정상 비로봉까지 등산한 적이 있다. 10월 25(월) 눈이 시리도록 맑아진 하늘을 바라보며 지인들과 함께 황골 입석대에 가보기로 하였다. 

 입석대에 가려면 황골마을로 들어서야 한다. 황골은 전통 엿을 만드는 마을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얼마전 KBS-1TV ‘김영철의 동네 한바퀴’ 프로그램을 통하여 어느 농가에서 노인분이 먹고 살기 위해서 엿을 만들게 되었다는 사연이 전해진 곳이다. 

 입석대까지 거리는 치악산 황골지구 주차장에서 1.6km를 걸어야 한다. 주차장 방향으로 가는 길목에 상당히 많은 차량들이 흰색선 도로변에 주차되어 있다. 공원 주차장 주차비는 5,000원을 카드로 징수하는 시스템이다. 탐방객들이 주차비가 비싸다고 생각하여 공원으로 들어가는 길목 도로변에 주차를 하는 것 같다.     

 치악산 황골지구에서 정상 비로봉까지 가는 등산코스는 경사가 매우 가파르지만 최단거리다. 입석대가는 길의 도로는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다. 그러나 도로의 경사가 심하여 초보 등산객들은 중간에 한번쯤 쉴 필요가 있다. 

 입석대 방향으로 걷다보니 계곡 쪽으로 어느 해 여름 장마철에 도로 일부가 붕괴로 소실된 흔적이 역력하다. 아직 보수 여력이 없는지 붕괴된 도로 일부가 그냥 방치 상태로 있다. 토목공학 공법을 동원하여 하루빨리 복구를 해야 할 것 같다. 도로 곳곳에 계곡 쪽으로 지반이 물러나 있어서 여름 장마철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입석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지붕이 특이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대 방향으로 걷다 보면 지붕이 특이한 건축물을 만날 수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한참을 올라가다 보니 지붕구조가 특이한 화장실 건축물이 있다. 지붕은 흙으로 채워져 있어서 여름날 태양열을 막아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입석대로 가는 길목 곳곳에 바위가 갈라져서 낙석 위험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대로 가는 길목 곳곳에 바위가 갈라져서 낙석 위험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노령화된 산의 특성상 거대한 바위가 갈라져 있어서 낙석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아예 철망으로 거대 암석을 감싸놓은 현장이 곳곳에 있다.

                                                  입석대로 가는 계곡에 양치류식물 군락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대로 가는 계곡에 양치류식물 군락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계곡에는 매우 맑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양치류식물 군락이 있는 것으로 미루어 지하에는 석탄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도로옆 계곡 아래쪽에 거북 형태의 바위가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도로옆 계곡 아래쪽에 거북 형태의 바위가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한참동안 올라가다가 도로 옆에 앉아 쉴 수 있는 바위가 있는 지점에서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을 마주쳤다. 그는 우리들에게 쉬었다 갈 것을 권유하였다. 그러면서 계곡 아래쪽을 내려다보라고 하였다. 계곡 아래쪽을 내려다보니 거북 형태의 바위가 있었다. 

            입석사 바로 아래 급경사 도로에서 공사 담당자들이 계단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사 바로 아래 급경사 도로에서 공사 담당자들이 계단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잠시 휴식을 하고 다시 걷기 시작해서 입석사 부근에 도착하니 아스팔트 포장길이 매우 가파른 급경사에서 공사 담당자들이 목재와 플라스틱으로 합성된 방부목재 자재와 각종 공구를 동원하여 부지런히 계단을 만드는 공사를 하고 있었다. 

 드디어 입석사에 도착하였다. 차량이 통행할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다. 물론 치악산국립공원 황골지구 관리사무소 입구와 입석사 코스 중간지점에서 특별임무 수행차량을 제외하고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한다. 입석사에서 바라본 입석대는 높이 50m 절벽 위에 20m 높이로 숲 사이로 삐쳐나와 마치 사각형으로  보인다. 그러나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사각형 바위가 아니다. 입석사에서 치악산 정상 비로봉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매우 가파르다. 게다가 등산로 코스에 암석들이 많아서 무릎 관절이 안 좋은 사람들은 하산할 때 매우 조심해야할 코스이다.  

                  입석대 바위 모습. 멀리서 보면 네모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바위들이 떨어져 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촬영 : 서홍렬기자)
                  입석대 바위 모습. 멀리서 보면 네모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바위들이 떨어져 나간 것을 알 수 있다.                                                                                                       (사진촬영 : 서홍렬기자)

 입석대를 둘러보려면 입석사 대웅전 건물 옆 계단 길을 따라 산 쪽으로 올라가면 된다. 입석사는 현대 원주불교를 일으킨 성불원 현각 스님의 발심처로 유명하다고 한다.

          입석사 대웅전 앞에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이 있다. 고려전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사 대웅전 앞에 화강암으로 만든 석탑이 있다. 고려전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입석사에는 2기의 탑이 있다. 입석대 앞에 점판암으로 만든 청석탑이 있고 입석사 대웅전 앞에 화강암으로 만든 높이 1.78m의 강원도 문화재자료 제19호 입석사 석탑이 있다. 이 탑들은 고려전기의 작품으로 추정하고 있다.

 입석대를 지나서 안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더 들어가면 강원도 유형문화재 제117호 흥양리 마애불좌상을 만난다. 

                       흥양리 마애불좌상. 고려시대 불교조각 연구의 기준 작품으로 가치가 높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흥양리 마애불좌상. 고려시대 불교조각 연구의 기준 작품으로 가치가 높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안내사료에 따르면 흥양리 마애불좌상은 전체적으로 신체가 안정감이 있고 눈·코·입의 비례가 균형 있게 조각되었다. 불상의 몸 주변에는 광배가 새겨져 있으며 대좌의 왼쪽 아래에 9자 정도의 글이 새겨져 있다. ‘원우(元祐) 5년’ 이란 문구를 근거로 고려 선종 7년(1090년)에 조성되었음을 알 수 있다.  어깨를 수평으로 가로지르는 내의 자락, 형식적으로 표현된 옷 주름, 머리의 상투구슬, 넓적한 얼굴 등은 고려전기 불교조각의 일반적인 특징이다. 이 마애불좌상은 통일신라 불상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고려시대 지방 불상에서 나타나는 지방색 대신 수준 높은 조형미를 보여주고 있다. 고려전기 불교조각의 경우 제작시기를 정확히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고려시대 불교조각 연구의 기준 작품으로 가치가 높다고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입석사는 급경사 지대에 위치하여 절의 규모가 작으며 탑의 규모도 매우 작다. 입석사보다는 입석대로 더 유명한 곳으로 등산객들에게 이정표가 되는 곳 중의 하나이다. 입석사를 지나서 계속 등산을 하면 치악산 정상 비로봉에 도착할 수 있다. 탑과 흥양리 마애불좌상은 작은 규모의 문화재이지만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는 원주지역의 소중한 문화유산이므로 보존에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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