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문화원에서 잃어버린 것에 대한 작가와의 대담도 진행
지난주 박주혁 시인(55. 구명 박상현)의 출판기념회가 원주문화원에서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되었다.
박 시인은 "인생을 뒤돌아보면 겨울의 길목으로 들어서는 요즘의 을씨년스러운 계절처럼 불안과 슬픔으로 점철되어 있다. 그러한 삶의 길이었더라도 열정을 품고 가시밭 같은 굴곡진 삶을 개척하려 끊임없이 노력했다. 시집 제목 ‘상실! 그 아픈 흔적’에 대해 어떤 분들은 코로나 세상에 어울리는 제목이라 하기도 하고 제 속사정을 알고 있는 어떤 친구는 슬픈 현실을 너무도 적나라하게 표현하는 제목이라고도 한다. 하지만 상실의 아픔을 느끼며 사는 처지에서 이번 시집을 통해 지나간 아픔과 슬픔을 벗고 새롭게 거듭나고자 하는 마음이 크다."라고 말했다.
1부에서 동료 문인들의 축사와 공연이 끝나고 2부는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BOOK CONCERT(작가와의 대담)가 이어졌다.
-제3집 <상실! 그 아픈 흔적>을 발간하게 된 동기와 배경은?
올해 초 원주문화재단 생애 최초 지원사업 선정자가 되었다. 2013년 문단에 등단, 처음으로 지원사업을 통한 시집 발간으로 독자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얻고자 했다. 원주에서 가장 활발한 개발이 이루어진 기업도시 인근에서 정착민으로 성장한 시인이 느낀 서정과 함께 오랜 타향살이를 통해 디지털 노마드로서 품은 시적 정서를 함께 함으로써 전통과 현대, 떠남과 만남이라는 시대적 관점을 아우르고자 한다는 점을 부각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시인이 개인 시집을 발간함으로써 문학에 관심이 많은 시민에게 창작 의욕을 북돋아 문화도시 원주의 자긍심을 고취하고자 한다는 사업 목적과 추진 배경에 따른 것이었다.
- 시선집 형태로 발간하게 된 배경은?
올해 운이 좋았는지 '상반기 디딤돌 창작지원 사업'에도 선정이 되었다. 새롭게 출범한 제16대 진광중·고등학교 사무총장직을 맡으면서 동문들에게 저를 알릴 필요가 있어서 그때 두 번째 시집을 발간하였고 이번에 과거 발표했던 시들을 추가해 시선집 형태로 내게 되었다.
-표제 시에 대한 설명?
예전에 '숯고개'라 불린 곳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농사를 짓던 농토가 있었다. 그곳을 바라보며 어렸을 때 기억이 문득 떠올랐는데 초라한 현실과 아버지의 기대를 받던 어린 시절이 대비되는 생각에 그 무엇인가를 크게 상실했다는 생각과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시상이 떠올라 쓴 시이다.
- 시집이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고향마을과 유년시절을 생각하며 ’추억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란 제목을 달게 되었으며 2부는 슬픈 현실을 살아가면서 어떻게 단련되는가‘, 3부는 추구해 온 변화와 관련된 시들로 ’변화 그리고 성숙의 아픔‘을, 4부는 살면서 깨달은 것과 관련된 시들로 구성하여 ’깨달음의 미학‘이라 제목을 정했다.
- 어떤 것들을 상실했다고 생각하나?
첫 번째 개인사이고, 두 번째는 코로나19로 인해 더욱 상실이 가속화되고 있는 정(情)을 바탕으로 한 사회적 측면이다. 개인사적 측면은 슬픔이라는 흔적을 강렬하게 남긴 만남과 떠남이다. 어려서부터 정서적으로 고독을 많이 느끼고 앓았다. 불행한 결혼생활과 그 깨어짐은 어떠한 상흔보다도 여전히 힘들다. 그 속에서 태어난 자식들에 대한 죄책감에서 벗어나질 못한다. 그러한 감정을 솔직히 표현한 시가 ’대추나무‘이다.
코로나19로 만나지 못하는 비대면 세상이 2년 동안 지속하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 불가의 시대이다. 세계가 안 좋은 의미의 하나의 지구촌이 된 것 같다. 지구 생태환경 위기는 매우 심각하다. 앞으로 인류가 생존할 수 있을까 심히 걱정된다. 그러한 심상을 표현한 작품이 ’탁류‘이다.
-시인의 시 세계관은?
불교관이 기본적 바탕이다. 대학 진학과 함께 서울로 떠났다가 귀향을 했다. 늘 섬강 줄기와 신평저수지 등 고향 일대 자연과 고향 사람들, 인연 맺은 사람들과 따뜻한 정을 잊지 않고 살아왔다. 또한, 배움에 대한 갈망이 많았다. 옛 조상들의 영광을 회복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아 다른 길을 걸었지만 결국 타고난 운명이었는지 시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
-앞으로의 포부는?
<미디어 창>이라는 ㈜미래도시개발연구소의 인터넷 신문사 편집인으로 일을 하고 있는데 다가오는 29일(월)에 정식 오픈하게 되었다. 신문사 발전을 위해 매진할 것이다. 그리고 작은 도서관에서 독서와 관련된 강의도 하고 있다. 문화예술 기획과 생활문화예술 활성화에도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진중함, '그 참을 수 없는 존재의 무거움'. 이는 3년 전 여름 박 시인을 처음 보았을 때 느꼈던 감정이다. 'BS청춘라디오' 입사 동기로 알게 되었는데 방송을 통해 동굴 같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골목 안 풍경'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때는 상실의 아픔을 심하게 겪고 있었던 듯하다. 인터뷰하면서 문득 '벤자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라는 영화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날마다 젊어지는 벤자민처럼 3년전보다 훨씬 밝고 가볍고, 볼 때마다 동안이 되어 간다는 사실이다. 책은, 시집은 박 시인의 비단주머니 같기도 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