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적지 보존상태 양호, 거돈사지 전시관 건립 시급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소재 거돈사지. 유적지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원주시 부론면 정산리 소재 거돈사지. 유적지 보존상태가 매우 양호하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원주시 부론면에서 귀래면 방향으로 가다보면 유적지 거돈사지 이정표가 계속 이어진다. 거돈사지를 안내하는 마지막 이정표에서 좌회전 도로에 접어들면 황학마을이 나온다. 황학마을을 지나서 부론면 정산리로 들어가면 드디어 거돈사지에 도착할 수 있다. 8월초 입추가 지나고 폭염이 어느 정도 사라진 날 거돈사지를 찾았다. 이곳은 기자가 2012년 학생들, 인솔교사 3명과 함께 문화재지킴이 활동으로 들렀던 곳이다. 

 거돈사지는 신라말 고려초의 사찰터이다. 과거에 흥성했던 사찰로 임진왜란 때 소실되어 현재는 몇 가지 유물만 존재하고 있으며 유적지로 남아있는 상태이다. 원주지역 대표적인 3대 폐사지로서 법천사지와 흥법사지에 비해서 다행히 비교적 양호한 상태로 남아있다. 또한 주춧돌이 남아있어서 사찰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있다. 흥법사지와는 달리 사찰터에 농경지를 조성하여 농사짓는 행위를 하지 않는 것으로 보아서 이곳 주민들은 상당히 문화재보호 의식수준이 높은 것으로 여겨진다.

            거돈사지에 위치한 느티나무. 수령 1,000년 이상 된 고목으로 여전히 왕성한 모습의 건강한 느티나무이다.                                                                                                       (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에 위치한 느티나무. 수령 1,000년 이상 된 고목으로 여전히 왕성한 모습의 건강한 느티나무이다.                                                                                                               (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에 도착하면 우선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매우 큰 석축에 위치한 수령이 상당히 오래된 느티나무이다. 안내 문구에 의하면 1982년 11월 13일 기준 수령 1,000년 된 높이 20.8m, 둘레7.5m 고목으로 일부 가지에 수술한 흔적이 있고 금속봉으로 떠받쳐진 상태이지만 여전히 왕성한 모습으로 건강하다.

 원주역사문화순례길 안내사료에 따르면 거돈사지는 현계산 기슭에 위치한 사찰터이며  발굴조사 결과 신라 후기 9세기경에 처음 건축하였고 고려 초기에 확장과 보수공사를 거쳐 조선 전기까지 유지된 것으로 밝혀졌다. 사찰터에서는 중문터, 탑, 금당터, 승방터, 회랑 등이 확인되었다. 중문지 북쪽의 3층 석탑(보물 제750호)은 신라석탑의 전형적인 양식을 따르고 있다. 

 탑의 동쪽에는 원공국사 지조(930~1018)를 위한 원공국사승묘탑비(보물 제78호)가 있다. 부도인 원공국사승묘탑(보물 제190호)은 일제강점기 때 서울로 옮겨져 일본인 집에 있던 것을 1948년 경복궁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가 2005년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이 개관되면서 박물관 경내로 옮겨져 보존하고 있다. 거돈사는 고려 초기 불교계의 중심 법인종의 주요 사찰이었지만 고려 중기 천태종의 유행으로 천태종 사찰로 흡수되었다.  

           거돈사 3층 석탑. 2단의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의 모습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 3층 석탑. 2단의 기단 위에 3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의 모습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 3층석탑은 금당터 앞에 있는 탑으로 2단의 기단 위로 3층 탑신을 올린 전형적인 신라 석탑의 모습이다. 석축대 안에 흙을 채우고 그 위에 탑을 세운 점이 특이하다. 탑의 조성 연대는 2단을 이루는 기단구조와 기둥모양의 새김, 5단의 지붕돌받침 등의 수법으로 미루어 9세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탑 앞의 배례석. 상부에 연꽃무늬를 조각하였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탑 앞의 배례석. 상부에 연꽃무늬를 조각하였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탑 앞의 배례석 전면과 측면에는 안상(眼象)을, 상부에는 연꽃무늬를 조각하였다.

                     금당터 화강석 불대좌. 금당은 부처님 상을 모시는 사찰의 중심공간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금당터 화강석 불대좌. 금당은 부처님 상을 모시는 사찰의 중심공간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에는 금당터가 남아있으며 금당은 부처님 상을 모시는 곳으로 사찰의 중심공간이다. 금당터를 둘러보면 전면 6개, 측면 5개의 주춧돌이 원형 그대로 남아있어서 20여 칸의 큰 법당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초석의 배치로 보아 내부는 통층이고, 외부는 2층 규모의 웅장한 금당이 존재했을 것으로 보인다. 금당터 중앙에는 부처님을 모셨던 높이 2m 정도의 화강석 불대좌가 있다. 불대좌를 살펴보면 그 옛날 공구가 변변치 못하던 시절에 매우 정교하게 석재를 다듬은 흔적이 역력하다.

                                     거돈사지 강당터. 경전을 강의하고 설법을 하던 장소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강당터. 경전을 강의하고 설법을 하던 장소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강당터는 경전을 강의하고 설법을 하던 장소이다. 고대 사찰에서는 대부분 금당 뒤쪽에 배치하였으나 조선시대에는 금당 앞에 배치하였다. 금당 뒤편에는 스님들의 생활공간인 승방터와 우물터가 있다.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 고려시대 스님 원공국사의 부도비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 고려시대 스님 원공국사의 부도비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원공국사탑비는 고려시대 스님 원공국사(930∼1018)의 부도비이다. 현종 16년(1025)에 조성되었으며, 비신의 높이 2.45m, 폭 1.26m이다. 비교적 보존상태가 양호한 편이며, 고려시대 비석 양식의 시원적 조형물로 평가받고 있다. 비문에는 원공국사의 생애와 행적, 국사의 덕을 기리는 송(頌)이 실려 있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거북받침돌에 비석몸체를 세우고 머릿돌을 얹은 모습이다. 거북등은 겹테두리의 정육각형문 안에 불(佛)자와 만(卍)자, 연꽃무늬를 교대로 새긴 점이 독특하다. 거북의 머리는 어린아이들이 처음 보면 놀랄 괴이한 모습의 인상을 가진 용의 머리모양이다. 머릿돌에는 구름 속을 요동치는 용이 불꽃에 휩싸인 여의주를 두고 다투는 모습이 조각되어 있으며 매우 사실적이고 화려하다. 이 탑비의 조각에서도 고려 조각예술의 극치를 느낄 수 있다.

 비문의 글은 현종 16년(1025) '해동공자'라고 불리던 최충이 문장을 작성하고 김거웅이 글씨를 썼다고 한다. 비문에 새긴 글씨는 중국 구양순체를 이어받은 해서체이다. 이것은 고려시대의 여러 비에 새긴 글 중에도 매우 뛰어난 것이라고 한다. 비문 글을 새긴 사람들은 승려 정원·계상·혜명·득래·혜보 등으로 여러 사람이 참여했다고 적혀있다.  

 거돈사지를 둘러보면 매우 양호하게 유적지와 유물들이 잘 보존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전체적으로 유적지가 깔끔하게 잘 정돈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원주지역 대표적인 3대 폐사지 중 한 곳인 흥법사지의 처참하게 방치된 현장에서 느꼈던 슬픔이 발생하지 않았으며, 주춧돌을 살펴보면서 과거에 거돈사지가 대형 사찰이었던 때를 상상해본다. 법천사지 지광국사현묘탑비의 부식이 상당히 진행되어 위태롭고 안타까운 모습도 여기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대한민국 전체에 걸쳐 수많은 폐사지를 모두 복원할 수는 없지만, 흥법사지처럼 처참할 정도로 방치된 유적지가 되어서는 절대로 안될 것이며  적어도 거돈사지 수준으로 유적지를 회복하고 유물을 보존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거돈사지 3층석탑과 금당터 불대좌 배치. 사찰터에 주춧돌이 온전히 잘 보존되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3층석탑과 금당터 불대좌 배치. 사찰터에 주춧돌이 온전히 잘 보존되어 있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를 둘러보는 도중에 한줄기 소낙비가 대지를 촉촉이 적셔주었으며 유적지 잔디와 풀잎에 송글송글 물방울이 맺히고 푸른 하늘 멀리 햐얀 구름이 떠가고 있었다. 그 옛날 번창한 이곳 사찰에 머물렀던 조상들도 여름날 소낙비를 맞고 맑게 개인 푸른 하늘을 바라보았을 것이라고 상상해본다.

                           거돈사지 인근 폐교된 초등학교에 '거돈사지 전시관'을 꾸밀 예정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인근 폐교된 초등학교에 '거돈사지 전시관'을 꾸밀 예정이다.(사진촬영 : 서홍렬 기자) 

 거돈사지 인근 폐교된 초등학교에 ‘거돈사지 전시관’이라고 작은 글씨로 쓰여진 내용으로 미루어 거돈사지에서 발굴된 유물들을 전시·운영할 계획이 있는 것 같다. 그러나 폐교건물 주변에 잡초가 우거진 상태로 방치되어 아직은 제대로 전시관 구색을 갖추지 못한 것 같다. 

 운동장에 설치된 알림판을 통하여 ‘거돈사지 당간지주 권역 탐방로 조성공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공사기간은 2021년 05월 25일(화)부터 2021년 11월 20일(토)까지이며, 발주자는 ‘원주시역사박물관’이다. 하루빨리 계획된 사업들이 원활하게 진척이 되어 원주시민과 원주지역을 찾는 탐방객들에게 원주지역의 문화재 위상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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