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소외되고 외로운 이들과 함께 노래하고 싶습니다 – 꿈&들 김원기, 이영숙 부부

-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시설을 대상으로 12년째 봉사 공연 - 2019년 원주 부부상 수상한 소문난 닭살 부부

2023-10-18     김모니카 기자
꿈&들 김원기, 이영숙 부부의 연습실에서 (사진 김모니카)

기자가 처음 그들 부부를 만난 것은 반곡역이었다.

늦가을, 낙엽이 햇살과 바람에 더불어 날리는 시간

낭랑하고 청아한 목소리의 그녀가 노랠 부르고 잘생긴 그가 맑은 공기를 가르며 색소폰을 연주했다. 부부를 소개하는 지인에게 음악으로 봉사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 가을에 너무도 잘 어울리는 두 사람의 공연에 연신 물개박수를 보냈던 기억....

또다시 가을이 되어 그들 부부의 소식을 들었다.

봉사하는 공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원주문화원에서 단독 공연을 한단다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어 단계동, 꿈&들 연습실을 찾았다.

 

Q  안녕하세요,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꿈&들 소개와 현재 봉사하는 내용에 대해 알려주세요

- 김원기: 저는 33년간 우체국에서 근무하다 2023년 대화 우체국장으로 정년 퇴임하게 된 김원기입니다. 그리고 원주복지원에서 근무하는 아내 이영숙입니다. 꿈&들은 20125월 창단하였고 노인 장애인 등 사회복지 시설을 대상으로 음악으로 봉사 공연 활동하고 있는 단체입니다. 팀원 수는 많지 않고 팀원들 간 시간 맞추기가 어렵기도 해서 저희 부부가 주로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만 주변에서 함께하는 객원 멤버들과 함께 매년 시민을 위한 정기공연도 갖고 있습니다. 그동안 정기공연과 봉사공연까지 그 수를 헤아릴 수는 없지만 평균 한 달 4회 정도 봉사 공연을 하고 있습니다.

 

 

정기연주 부부 모습(사진제공 꿈&들)

 

Q 부부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닭살 부부로 소문난 두 분이 함께 활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요?

이영숙: 저희가 처음 만난 것은 영월군합창단에서 남편은 베이스로 저는 소프라노로 활동하면서부터입니다. 제집이 외곽이었어요. 매일 바래다 주면서 정이 쌓였고 주변 분들이 저희를 묶어주는 역할을 했지요, 그때가 34년 전이네요. 결혼하고 서로 직장생활 열심히 했고 여느 부부처럼 아이 키우고 부모님 공양하며 살았습니다. 2006년 어머님이 위독하셨는데 카톨릭병원의 수녀님, 간병인이 너무도 성실히 어머님을 케어해 주셨어요. 그때 결심했어요, 언젠가 기회가 닿으면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요. 운명이었는지 2008년 장기 요양 보험 제도가 생겼고 저는 요양보호사 자격을 따고 명륜복지관에서 근무하였습니다. 음악 봉사하러 오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와 남편의 재능도 봉사에 쓰고 싶다고 생각했죠. 2012년 처음 영월 보훈회관에서 첫 공연을 가졌어요.

 

 

 

2019년 원주부부상 수상 (사진제공: 꿈&들)

Q 2019년 원주 부부상을 수상하셨죠? 이미 원주가 인정한 부부인데, 수상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영숙: 같이 음악을 하셨던 교수님이 추천하셨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추천하고 또 심사까지 하더라고요. 수상한다고 해서 가보니 저희 부부에 대해 조사를 했더라고요 ^^ 요즘 성격 차이로 이혼한다지만 저희도 성격이 무척 다르거든요. 부부란 이렇게 서로의 다른 점을 인정하고 서로 맞춰가며 사는 것이라 생각해요. 당시 수상이유는 잘은 모르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지역에서 봉사하는 사회공헌도를 본 것 같습니다.

 

Q 색소폰과 기타로 연주하며 노래하시잖아요? 모두 독학으로 배우셨다는데, 어려움은 없었을까요?

김원기: 집안 환경이 열악하여 꿈꾸던 음악을 하지 못했어요. 다행히 형들이 치던 기타가 있었죠. 형들 따라 코드를 읽으며 혼자 기타를 쳤어요. 항상 음악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것 같아요. 우체국에 근무하며 인제로 승진 발령이 났어요. 나이 사십대 중반이 되어 색소폰을 배우려 주민센터에 다녔어요. 분기별로 새로이 시작하는 주민센터에선 더 이상의 진도가 어려웠기에 혼자서 매일 두 시간씩 관사 화장실에서 연습했어요. 내가 하는 게 옳은지도 모르지만 다른 이들의 음악을 듣고 따라 하기도 하면서 오늘까지 독학으로 갈고 닦았네요(^^).

이영숙: 인제 면민 체육대회가 있던 날, 기관장으로 참석했기에 저도 뒤쪽에 앉아 있었어요. 남편이 독주 공연을 하는데 참 멋지더라고요. 공연이 끝나고 사람들의 환호가 쏟아지는데 남편이 성큼성큼 내게 다가왔어요, 그때의 설렘을 잊을 수가 없어요. 처음 색소폰을 배우려 했을 때는 약간 반대했었죠, 남편이 잘생기기도 했지만(^^) 타지에 있어 주변 사람들의 걱정에 저도 덩달아 불안했었거든요. 더구나 색소폰까지 분다면? 하지만 면민 체육대회 이후 생각이 달라졌어요. 친구 한 분이 우리 부부를 라이브카페에 데리고 갔어요, 그곳에서 공연하는 모습을 통해서 우리 부부도 할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공연을 결심했고, 부족하고 모자란 점도 있겠지만 공연이 목적이 아닌 봉사가 목적이었기에 오늘날까지 이어질 수 있었어요

 

 

 

부부의  공연 봉사하는 모습( 사진 제공 꿈&들)

 

Q  얼마 전 퇴직을 하셨는데요, 직장 생활하며 봉사하기 쉽지 않았을 텐데, 더구나 순수 개인 자금으로 봉사하고 계시잖아요? 대단하세요~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들려주세요.

- 김원기: 저는 신중하고 꼼꼼한 성격입니다. 봉사 공연 자체가 힘든 것은 없었어요, 제가 좋아하는 음악이니까요. 2009년 제게 목디스크가 왔어요, 2016년 허리디스크, 2017년엔 맹장 수술을 했어요. 갑작스럽게 연달아 찾아온 건강의 이상 신호가 저를 좌절하게 했어요.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우울증까지 앓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원주는 해마다 4월이면 장애인 인식 개선 행사를 해요, 20174월 초청을 받았는데 마음이 좋지 않으니 처음엔 거절했죠.

아내가 한 달을 설득했어요, 하는 수 없이 공연에 참석했는데 저는 그날의 감동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이 납니다. 장애를 가진 분들이 손에 스틱을 묶고 난타를 하시는데, 어찌나 감동했던지, 지난 시간 제가 얼마나 사치스러운 고민을 했는지 알겠더라고요. 그날 장애인들과 함께 음악을 공연하면서 제 마음은 모두 치유될 수 있었어요. 이후 장애인과 어르신이 있는 공연은 거의 빠뜨리지 않고 참석하고 있습니다. 어려움이 있다면 저희는 순수하게 봉사하려는 것인데 정말 돈이라도 받고 하는 것처럼 전문적인 경력을 요구할 때, 공연을 위한 장비는 너무 무거운데 차량도, 힘도 버거울 때, 공연이 끝나고 물 한 모금 못 먹으며 장비들을 챙겨야 할 때, 가끔 저희가 준비한 간식들이 소소해서 후원이라도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 뭐 이런 어려움이 있습니다 허허

 

 

 

10월 21일 , 단독 공연  포스터

 

Q 1021일 원주문화원에서 단독 공연하시죠?, 소개 좀 부탁드려요

- 이영숙: 3년 전부터 단독 공연을 위해 적금을 들었어요. 그동안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아온 남편에게 의미 있는 선물을 하고 싶었어요. 친정어머니께서도 그동안 받기만 하셨다며 퇴직 기념으로 양복을 맞춰주셨는데 양복점 사장님이 공연 때 입으라고 공연복 1벌을 무료로 대여해 주셨어요.

- 김원기: 혼자 배우고 혼자 연습한 색소폰이라 단독 공연할 자격이 있나 망설였습니다. 전공한 사람도 단독 공연은 망설이잖아요. 하지만 아내가 간곡히 청하였고 주변 사람들도 기대하며 바라보네요. 처음엔 가족 친지들만 모시고 조촐히 하려 하였는데, 부족한 대로 음악을 나누는 것도 의미 있을 것 같아 원주문화원으로 정하였어요. 열심히 연습하고 있습니다, 21일 오후 3, 원주문화원으로 오셔서 함께 음악을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공연하는 모습 ( 사진제공 꿈&들)

 

Q 퇴직 후 김원기 국장님의 제2의 인생에 대해 궁금하군요, 계획이 있을까요?

- 김원기: 저는 여전히 봉사 공연을 이어갈 겁니다.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공감하고 서로 위로하며 살고 싶어요. 조금 더 전문적으로 접근하려 사이버 대학의 음악 예술 치료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이제 마지막 학기를 남겨두었네요.

Q 저희 매체를 통해 전하고픈 메시지가 있을까요?

- 김원기: 특별한 재능도 없고 기부할 재력도 없다면서 봉사하는 저를 부러워하는 분들이 있더군요. 하지만 봉사할 것들은 거창하지 않아도 마음만 먹으면 어디서든 찾을 수 있어요. 하다못해 저희 음향 장비를 위한 차량 보조 같은 것들도 봉사라 할 수 있겠죠. 봉사는 교감이라고 생각해요, 봉사는 봉사하는 사람도 봉사 받는 사람도 즐거운 일입니다. 어쩌면 받는 이보다 봉사하는 사람이 더욱 행복해지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저희와 함께 봉사하고자 원하시는 분들, 언제나 환영합니다

 

기자를 위해 이탈리아에서 선물 받은 커피를 처음 내려 보았다는 부부, 그들이 내어놓은 아낌없는 간식들이 이른 가을 추위를 따스하게 한다. 그들의 음악도 틀림없이 마음과 정성으로 다 내어놓았을 것이다. 그래서 향기롭고 따스한 음률이 되어 관객도 감동했을 것이다. 마주 보고 살아온 32년이 어찌 날마다 웃음만 있었을까, 하지만 오늘 부부 삶이 훨씬 좋다는 닭살부부의 이야기 속엔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깊이 배어 있다. '마음의 부자'란 이런 것이구나, 기자는 부부의 미소에 마냥 풍요로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