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터닝 포인트!

새로운 나만의 결실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 같다

2021-07-21     정향분

 학교는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을 만나니 매년 새롭고 설렌다. 해마다 새로운 아이들, 선생님들과 새로운 목표를 정한다. 또 새로운 담임활동의 계획을 짜고 학습자료를 준비한다.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추어 새로운 목표를 향해 가다보면 학교는 늘 새로움의 연속이다. 

 음악교육 전공인 나는 해마다 다른 음악행사, 새로운 음악활동, 예술제 등을 기획하고 주관했다. 점심시간이 되면 10분 내에 부리나케 식사를 하고 음악실로 뛰어가 옷이 땀으로 다 젖을 정도로 학생들의 합창 연습을 지도했다. 수업과 학생 및 학부모 상담, 잡무 등이 끝나고 나면 성악을 공부하는 학생을 개인지도 하던 수많은 날들, 예술제 준비를 위해 밤 10시가 다 되도록 이어가던 오케스트라 연습, 악기 전공을 꿈꾸던 학생들과 연습하던 시간들, 어머니 합창단 그리고 교사 합창단을 지도하며 보냈던 수많은 시간들이 코끝을 지나가는 여름향기처럼 기분 좋은 추억으로 지나간다. 문득 아이들의 하모니가 그리워진다. 소란스레 시끄러웠던 학생들의 여러 색깔 목소리들도...

 교외 활동으로 학생들의 콩쿨이나 실기대회, 합창대회에도 많이 출전했었는데 그 결과로 강원도내 대회나, 전국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하기도 하였다. 그 외에도 나 자신의 개인 연주 활동을 하기도 하고 단체 연주 활동에도 참여하였다.

 대부분의 교사들이 그렇듯 나 또한 늘 바쁘게 살았지만 사람 사는 인생이니 때론 성실하지 못했던 시절도 있었다. 부족했던 모습도 있었고 어리석고 부끄러웠던 기억도 있다. 그러나 교직에 있으면서 수많은 학생들과의 시간 속에서 소중한 보람을 느끼고 있다. 많은 제자들과 교류하고 만나고 사랑하고 있다.

 가정에서의 나 또한 항상 바쁘고 신경 쓸 것이 많았다. 직접 모신 것은 아니지만 내가 40대 후반부터 퇴직할 때까지 시어머니는 노환으로 인해 1년의 반쯤 원주에 계셨다. 매 방학마다 병원에 계신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에 10년이 넘도록 한 번도 마음이 편한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게다가 퇴직을 하기 1년 전부터는 친정엄마도 뇌졸중으로 원주에서 병을 앓다가 돌아가셨다. 그 후 시어머니는 친정엄마보다 1년을 더 사시고 돌아가셨다. 오랜 세월동안 가정과 시어머니를 챙기느라 거기에 더해 1년은 친정엄마까지 신경 쓰느라 여러 가지로 참 힘들었다.

 그러는 동안 내 나이도 육십이 다 되었다. 발바닥이 아프도록 바쁜 삶을 살다 최근에 퇴직을 한 후, 갑자기 달라진 생활패턴에 많이 당황스러웠다. 일을 그만두고 1년이 지나도록 무언가가 빠진 것 같고 할 일이 남아있는 것 같고 한가로운 시간이 내 것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천천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지난 세월 속에 부족하고 후회되고 아쉬운 부분들이 참 많기도 하다. 모두 누군가를 위해서 산 삶이 대부분인 것 같다,

 지나간 시간들의 회한으로 서글픈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인생을 살다 보면 깨어진 조각을 붙이는 것보다 새로 시작하는 것이 더 흥미로울 때도 있다고 한다. 누구도 과거로 돌아가서 새롭게 시작할 수는 없다. 새 학기를 시작하는 마음처럼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 새로운 나만의 결실을 만들어 볼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매 순간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선택을 하는 동안 많은 갈등 속에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하고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또한 여러 선택의 과정에서 우리는 수많은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된다. 앞서 이야기한 나의 바쁘고 고단했던 인생도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새로운 선택으로 이제부터라도 긍정적인 마음을 갖고 나만을 위한 도전과 실천을 해보려 한다. 육십이 다 되도록 살아 보았지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자신이 정한 목표를 즐기며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매 순간 나의 길을 선택해 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사실 나에겐 퇴직 이후 지금의 삶도 또 다른 인생의 터닝 포인트라 할 수 있다. 평생 음악 안에서의 삶이 당연한 나의 삶이라고 생각하고 살다가 생각지도 않게 글을 쓰는 기자라는 일을 해 보게 되었으니 말이다. 새로운 일을 하느라 많은 것을 알아가고 있다. 모두 특별한 경험이고 신선하다. 나만을 위한 선택을 통해 알 수 있게 된 것들이다.

가장 훌륭한 시는 아직 씌여지지 않았다.
가장 아름다운 노래는 아직 불리지 않았다.
최고의 날들은 아직 살지 않은 날들이며
가장 넓은 바다는 아직 항해되지 않았고
가장 먼 여행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불멸의 춤은 아직 추어지지 않았으며
가장 빛나는 별은 아직 발견되지 않은 별.

 터키 시인 나짐 히크메트의 '진정한 여행' 중에 나오는 구절이다.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더 행복한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에게나 '인생 최고의 날은 아직 오지 않았다.' 라고 표현한 글을 인용해 본다.

 오늘도 어제와 특별히 다르지 않은 날이지만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하는지에 따라 하루가 희망으로 채워지기도 한다. 앞으로의 날들은 나만의 희망을 만들어 가려한다. 오늘도 터닝 포인트!